일주일 새 3명 사망…섭씨 44도 그랜드캐니언서 무슨 일이

김수연 기자 2026-06-22 11:11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에서 고령 등산객 3명이 잇따라 숨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에서 고령 등산객 3명이 잇따라 숨졌다. 당국은 이들이 한낮 폭염 속 탐방로를 이용하다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최근 그랜드캐니언 탐방로에서 등산객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첫 사고는 지난 12일 남부 카이바브 탐방로에서 발생했다. 72세 남성 등산객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나흘 뒤인 지난 16일에는 북부 카이바브 탐방로에서 67세 남성과 68세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레인저와 응급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두 사람 역시 숨져 있었다.

사망자들의 시신은 코코니노 카운티 검시관 사무실로 옮겨졌다. 정확한 사인은 조사 중이다. 다만 당국은 이들이 모두 열사병으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가 발견된 탐방로들은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지만, 그늘이 거의 없고 물을 구하기 어려운 구간으로 알려졌다. 

NPS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등산객을 순식간에 압도하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며 “협곡 안쪽 기온이 위험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온열 관련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NPS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탐방로 이용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그랜드캐니언을 찾는 등산객들이 체감 조건을 과소평가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협곡 가장자리의 기온은 협곡 바닥보다 약 11~14도 낮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내려갈 때는 비교적 견딜 만하다고 느끼더라도, 다시 올라올 때는 가파른 오르막과 고온이 겹치면서 열사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애리조나주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그랜드캐니언 바닥 최고기온은 화씨 109도, 섭씨 약 42.8도까지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협곡 바닥 기온이 화씨 112도, 섭씨 약 44도까지 치솟았다.

그랜드캐니언에서는 이달 초에도 온열질환 관련 사망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일 18세 남성은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을 따라 사우스림에서 콜로라도강까지 당일 왕복 산행을 시도하던 중 열 관련 증상을 보였다. 구조대는 헬기 구조 작업에 나서 탐방로에서 약 30피트, 약 9m 아래 떨어진 외진 지점에서 남성을 발견했지만,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