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현대무용제 공연에서 살아있는 문어를 전자레인지에 넣은 장면. 해당 영상은 관객 제보를 받아 동물권단체 케어가 공개했다. 사진=케어 인스타그램 갈무리
공연을 본 관객들은 “생명을 공연 도구처럼 사용했다”, “잔인한 연출이었다”는 비판을 쏟아냈고, 동물권단체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8일 국제현대무용제 공연작 ‘도파미네이션(Dopaminenation)’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졌다는 관람객 제보를 접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케어에 따르면 해당 공연에는 살아있는 낙지와 문어가 등장했으며, 공연자가 동물을 해체하거나 발로 밟고 입으로 물어뜯는 장면, 전자레인지에 넣는 장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 “비판 대상과 닮은 모순”…논란 장면 결국 삭제
케어는 “해당 작품은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이 도파민 자극에 중독되고, 그 결과 인간성과 이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정작 인간의 자극 중독과 폭력성을 비판하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충격적인 연출의 수단으로 활용해 스스로 비판의 대상과 닮아가는 모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동물 생명에 대한 존중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 “살아있는 생명체를 충격적인 연출이나 상징적 장치로 사용하는 것은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생명 존중의 가치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예술적 표현과 사회적 책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많은 관객이 느꼈을 불편과 실망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 문어도 통증 느낄 가능성…영국은 ‘지각 있는 동물’ 인정
문어와 낙지 등 두족류가 단순히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2년 제정한 ‘동물복지(감응)법’ 적용 대상에 문어·오징어·갑오징어 등 모든 두족류와 게·바닷가재 등 십각류 갑각류를 포함해 이들을 ‘지각 있는 동물(sentient beings)’로 인정하고 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