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시아, 유전자 치료·장기 3D프린팅까지 국가사업으로 추진” 푸틴 딸·측근 과학자가 주도…크렘린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
ⓒ뉴시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군사 퍼레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장기 교체를 통한 인간 불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크렘린이 지원하는 장수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인간이 장기를 교체하면 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령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나눈 기이한 대화 정도로 받아들였지만, WSJ는 이 발언이 러시아의 핵심 과학 프로젝트를 설명한 것에 가까웠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피터 틸 등 미국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처럼 노화 억제 연구에 오래 관심을 보여왔다. 다만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관심이 개인적 호기심을 넘어 국가 우선사업으로 격상됐다는 점이 다르다.
푸틴 대통령이 2024년 공개한 국가 장수 프로젝트는 260억달러 규모다. 러시아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17만5000명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사망자에 대한 독립 추정치와 비슷해, 비판자들 사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러시아 국책 과학자들이 집중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살아있는 조직을 3D프린팅하는 바이오프린팅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맞도록 조정한 미니돼지 몸 안에서 인간 장기를 키우는 이종이식 연구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정부기관과 함께 인간 연골 조직과 쥐의 갑상샘을 바이오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인간 장기 교체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다.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키우는 연구도 비슷한 시간표로 논의되고 있다.
이 사업을 이끄는 인물로는 푸틴 대통령의 딸 마리야 보론초바와 물리학자 미하일 코발추크가 꼽힌다. 내분비학자인 보론초바는 러시아의 국가 지원 유전학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있으며, 코발추크는 옛 소련 핵 연구기관인 쿠르차토프연구소 소장이다.
코발추크는 과학기술이 머지않아 인간의 신체 부위를 계속 수리하고 교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러시아 언론에 “불멸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을 수리하는 능력은 분명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장수 연구가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WSJ은 푸틴 대통령 측근들이 추진하는 연구가 국제 학계에서 검증된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강인한 육체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는 웃통을 벗고 사냥하거나, 아이스하키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공개하며 늙지 않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했다.
하지만 WSJ은 이런 남성적 이미지 뒤에는 신체 쇠퇴에 대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푸틴 대통령은 방문객에게 긴 격리와 소독 절차를 요구했고, 크렘린의 긴 탁자는 정치적 거리감과 감염 공포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러시아는 선진국 가운데 남성 기대수명이 낮은 나라로 꼽힌다. 러시아 공식 통계상 남성 평균수명은 약 68세로, 미국의 약 76세와 서유럽 다수 국가의 80세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73세 푸틴 대통령과 70대 측근들이 장수 연구를 국가사업으로 밀어붙이는 장면이 러시아 현실과 대비되는 이유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