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않았던 ‘뇌세포 사이 공간’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감소가 뇌세포 사이를 채우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ECM)’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기억력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ging Cell’에 게재됐다.
뇌를 생각하면 신경세포(뉴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뇌에는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는 공간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매 연구는 주로 신경세포 자체나 신경아교세포,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집중돼 왔다. 세포 사이 공간을 채우는 ECM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세포 사이 환경’이 여성 치매 위험과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치료와 예방의 표적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젊은 암수컷 생쥐와 고령의 암수컷 생쥐를 비교하고, 일부 생쥐에게는 뇌 안에서 에스트로겐 생성이 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수컷보다 암컷 생쥐에서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폐경 이후 여성에서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폐경 전에는 난소에서 충분한 에스트로겐이 공급되지만, 폐경 이후에는 뇌를 포함한 여러 조직에서 소량만 생성된다. 이번 연구는 특히 뇌 내부 에스트로겐 감소가 세포외기질 이상과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며 여성 뇌에서 에스트로겐 기능이 약해지면 세포외기질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이것이 여성의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신 저자인 홍 자오(Hong Zhao) 박사는 “여성은 노년기에 뇌 에스트로겐 감소에 특히 민감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감소가 단순히 신경세포 기능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세포외기질 구조와 관련 유전자에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폐경 이후 여성 뇌에서는 신경세포 자체뿐 아니라 세포를 둘러싼 ‘뇌의 환경’ 자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기억력 저하와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 증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는 신경세포 자체뿐 아니라 세포외기질 같은 ‘뇌의 주변 환경’을 회복시키는 접근도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손상된 뇌 환경 자체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신경세포를 지지하는 ECM 구조까지 함께 복원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연구다. 연구진은 앞으로 폐경 이후 여성의 실제 뇌 조직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111/acel.70551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