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가 담긴 자료사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속에서도 화웨이가 2031년 1.4나노급 고성능 칩 생산 목표를 공개하며 중국 반도체 자립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화웨이 사옥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양산에 사실상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화웨이는 EUV 없이도 첨단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업계의 ‘우회 기술’ 개발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TSMC와 5년 격차”…화웨이의 1.4나노 로드맵 공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허팅보 사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에 이례적으로 공개 등장해 신기술 ‘로직 폴딩(Logic Folding)’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현재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의 기술력이 TSMC 대비 약 5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접근이 막힌 ASML의 EUV 장비 없이도 첨단 반도체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모바일 프로세서 ‘기린’ 칩에 최초로 로직 폴딩 구조를 적용할 계획이다. 로직 폴딩은 회로 배치와 데이터 이동 구조를 최적화해 칩 내부 배선 길이와 신호 지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허 사장은 “올해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할 거대한 도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 직후 중국 반도체 관련 주식은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기술주 중심의 상하이 과창판(Star 5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SMIC 주가는 상하이 증시에서 18% 이상 급등했다. 홍콩 증시에서도 SMIC는 7.6% 상승 마감했다. 화훙 반도체(Hua Hong Semiconductor) 역시 하루 가격제한폭인 20%까지 치솟았다.
로이터는 화웨이의 이번 전략을 중국 반도체 산업이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 ‘시스템 효율 경쟁’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화웨이가 공개한 ‘타우 스케일링 법칙(Tau Scaling Law)’은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대신 데이터 이동 속도와 시스템 효율을 높여 성능을 끌어올리는 개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허후이 연구원은 로이터에 “전통적인 노드(공정) 중심 경쟁에서 시스템 수준 효율 경쟁으로 이동하려는 접근”이라며 “첨단 노광장비 확보가 제한된 중국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DC 차이나의 키티 복 총괄 책임자 역시 블룸버그에 “중국 반도체 산업이 공정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 규제로 고성능 AI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화웨이 AI 칩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화웨이의 어센드 칩은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최신 AI 모델 ‘V4’를 구동하는 핵심 반도체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 “발열·수율 한계 여전”…실제 양산 가능성은 미지수
다만 화웨이의 공언이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EUV 없이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회로를 여러 번 반복 식각하는 ‘SAQP(Self-Aligned Quadruple Patterning·자체 정렬 4중 패터닝)’ 기술 특허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생산 비용과 수율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 역시 새로운 설계 방식에서 과열 방지와 새로운 설계 툴 개발이 핵심 과제임을 인정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