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단순히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암, 대장암, 췌장암, 폐경 후 유방암, 신장암 등 최소 13종의 암과 비만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8종의 암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존 연구 대부분은 특정 시점의 체중만 측정해 암 위험과 비교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체중 증가 폭이 얼마나 큰지, 또 인생 어느 시기에 체중이 증가했는지가 암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웨덴 전국 규모 코호트인 ‘ODDS 연구’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성인 초기 체중이 많이 나갔던 사람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 어느 시기에 체중이 증가더라도 암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룬드대학교 안톤 닐손 부교수는 “성인이 된 시점의 체중이 높을수록, 그리고 이후 체중 증가 폭이 클수록 암 위험도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살이 찌기에 안전한 나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30세 이전 비만이 된 남성은 정상 체중을 유지한 사람보다 간암 위험이 5배 높았다. 췌장암과 신장암 위험은 각각 2배였고, 대장암 위험은 58% 증가했다.
여성도 비슷했다. 30세 이전 비만이 된 여성은 자궁내막암 위험이 4.5배 높았고, 췌장암 위험은 67%, 신장암 위험은 2배, 수막종 위험은 76% 증가했다.
반면 30세 이후 체중이 증가한 경우에는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45세 이전 체중 증가와 비만 관련 암의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특히 식도암과 간암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닐손 교수는 “젊은 나이에 체중이 증가하면 염증과 인슐린 증가 같은 생물학적 변화가 더 오랜 기간 조직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기 체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은 평균 32kg 늘었으며, 체중 증가가 가장 적은 그룹(평균 8kg 증가)보다 암 발생 위험이 7%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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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서는 체중 증가 폭이 가장 큰 그룹이 자궁내막암 위험이 거의 4배 높았고, 뇌하수체 종양 위험은 2배였다. 또 신세포암 위험은 91%, 폐경 후 유방암 위험은 42%, 수막종 위험은 32%, 대장암 위험은 31% 증가했다.
특히 연구진은 기존에 비만 관련 암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일부 암에서도 연관성을 발견했다. 체중 증가가 큰 사람들은 뇌하수체 종양 위험이 남녀 모두에서 2배 이상 높았고, 남성에서는 악성흑색종(피부암의 일종)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혈액암의 일종), 여성에서는 부갑상선 종양 위험 증가도 관찰됐다.
비만이 암 위험을 높이는 이유로는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대사 이상,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유발 물질(아디포카인) 증가 등이 꼽힌다. 이러한 변화가 세포 손상과 비정상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암 예방 전략에서 체중 관리를 생애 전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젊은 시절의 체중과 이후 체중 증가 모두가 암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만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체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5월 12~15일)에서 발표된 예비 결과로,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64898/2026.04.23.26351553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