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대학 경영대학 건물 외벽에 ‘College of Business’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 미국 주요 MBA 과정들은 지원자 감소와 AI 시대 교육 수요 변화 속에 등록금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은 최근 지원자 감소와 고용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장학금과 등록금 할인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등록금을 최대 50%까지 낮추거나 AI·기술 특화 과정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존스홉킨스대 케리 비즈니스스쿨은 메릴랜드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재무·헬스케어 관련 석사 과정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퍼듀대 미치 대니얼스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가을 등록금 할인 제도를 도입한 뒤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몰리자, 올가을에도 등록금을 40%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8학점 온라인 MBA 과정의 타주 학생 등록금은 기존 6만 달러에서 3만6000달러로 낮아진다. 주내 거주 학생 등록금은 3만5000달러다. 학생들은 최소 2년에 걸쳐 온라인 MBA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 “2년 비우기 부담”…AI 시대 달라진 MBA 공식
WSJ는 최근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잡 호핑(job hopping·이직)’보다 현재 직장을 지키려는 ‘잡 허깅(job hugging)’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둔화 우려와 AI 확산 속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 MBA는 직장을 떠나 2년 정도 경력을 재정비하고 인맥을 넓히는 대표적인 커리어 코스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학비 부담이 큰 데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2년 뒤면 배운 내용 자체가 금세 낡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원 시장에서는 장학금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장학 혜택을 받는 MBA 학생 비율은 10년 전 48% 수준에서 지난해 62%까지 상승했다.
미국 내 수요 감소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 감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 발급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중국·인도 등 해외 학생들이 미국 대신 유럽이나 아시아권 대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린 경영대학원의 조 맥도널드 부학장은 미국 내 지원자는 늘고 있지만, 외국 학생들의 관심은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위축됐다고 밝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AI 확산이 고등교육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기간 학위 과정보다 단기 AI 교육이나 온라인·야간 과정을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학들도 커리큘럼과 가격 정책을 빠르게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사무직과 전문직 업무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직장을 유지한 채 실무형 기술을 빠르게 익히고 싶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이번 흐름이 단순한 학비 할인 경쟁을 넘어 AI 시대 커리어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MBA가 인맥과 경력 재정비를 위한 과정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직장을 유지한 채 단기간에 실무 역량을 강화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