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9월경 센트럴 파크 컨저번시(Central Park Conservancy) 후원 오찬에 참석한, 꽃무늬 모자와 흰색 정장 차림의 한 부유한 여성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대 수명 연장으로 고령층이 상속보다 건강·레저 등 자체 소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부머의 자산이 자녀 세대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위대한 부의 이전’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자료를 보면, 미국 가계 자산은 고령층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
● ‘투자형 자산’ 가진 고령층…가파른 자산 증가
주목할 점은 자산 팽창의 유형이다. 수십 년 전 선점한 주식과 사업 지분 가치가 폭등하며 고령층 자산을 불린 것이다. 베이비부머는 지난 4분기에만 1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추가하며 전 세대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자산 구성도 세대별로 엇갈린다. 침묵의 세대와 베이비부머는 주식 비중이 각각 43%, 33%로 높았다. 반면 X세대는 부동산(27%) 비중이 가장 컸고, 밀레니얼·Z세대는 자산의 38%가 은퇴 계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형 자산을 다수 보유한 55세 이상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증가분의 약 75%를 독점했다.
● 수명 연장·자체 소비 확대로 ‘부의 이전’ 지연
미국 억만장자들이 사는 부촌인 팜 비치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다. AP/뉴시스
그런가하면 UBS의 2025년 조사 결과, 억만장자의 81%는 기대 수명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상속 연령대도 함께 높아졌다. 1998~2010년 연준 조사에서는 50대 후반의 상속 비중이 가장 높았으나, 2013~2022년에는 6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자산가들이 은퇴 후 호화 여행이나 고급 주거지 이동 등에 지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에 일부 자산가는 자녀에게 자산을 일시에 물려주기보다 주택 구입·교육비·휴가비 등을 지원하며 부를 조금씩 쪼개 전달하고 있다.
● “향후 12년은 ‘X세대’가 주역…밀레니얼은 먼 미래”
미국 베이비부머의 110조 달러 자산 이전이 수명 연장과 소비 증가로 지연될 전망이다. 향후 12년은 X세대가 주역이며, 밀레니얼의 ‘상속 횡재’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AP/뉴시스
서룰리 이사 차이스 호튼은 “시장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돈이 흘러가는 시점을 주목하지만, 그 시기가 오려면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자산가들이 장기 요양 서비스나 생활비로 자산을 소진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젊은 세대가 기대하는 ‘상속 횡재’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