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장면 뒤로 주사기가 배치된 이미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는 ‘주사형 펩타이드’ 트렌드와 건강 관리의 경계가 흐려진 현실을 생성형 AI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BPC-157, TB-500, CJC-1295 등 합성 펩타이드를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근육 증가, 부상 회복, 항노화 효과 등을 주장하며 관련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 왜 위험한가…“회복 촉진이 종양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암 발생 가능성이다. 일부 펩타이드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거나 신생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데, 이는 손상된 조직 회복을 돕는 동시에 종양 성장 환경을 강화하는 기전과 맞닿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의과대학 세포생물학 교수 폴 크노이플러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약물”이라며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발암 리스크 특성상 문제가 수년에서 수십 년 뒤에야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근거는 있나…“임상 부족, 사실상 인체 실험”
안전성을 뒷받침할 근거도 부족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스포츠의학 책임자 알렉산더 베버는 “FDA 승인도, 규제도 받지 않은 주사제이며 장기 임상 데이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확산이 주사형 약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를 넘어 몸 상태를 ‘더 끌어올리려는’ 수요가 늘면서 검증되지 않은 물질까지 소비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 어디서 왔나…“원료부터 ‘깜깜이’ 공급망”
제품 자체의 위험도 지적된다. 미국 내과 전문의 샤일라 파이-버마는 “주사 물질이 중금속이나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링컨대학교의 루크 터녹는 펩타이드의 단기·장기 영향이 모두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는 꺼리면서, 검증되지 않은 주사제에는 쉽게 접근하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