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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는 난임 치료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 지침처럼 며칠간 금욕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생물학자 크리시 상비 박사는 “정자의 DNA 손상과 산화 손상에서 나타난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31개국 약 5만 5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115건의 인간 연구와, 30종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56건의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25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액 검사나 시험관아기 시술 전 2~7일간 사정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이 지침은 정자의 ‘질’보다는 ‘양’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금욕 기간이 길수록 정자의 질, 특히 DNA 안정성과 운동성이 저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는 정자의 수는 물론 질도 성공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다만 이번 메타분석에서는 금욕 기간이 실제 임신율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분석하지는 않았다.
금욕 기간이 길어지면 정자 수는 증가하지만 DNA 손상과 운동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금욕기간이 너무 짧으면 정자의 수나 성숙도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목표에 따라 금욕 기간을 달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시험관아기 시술(IVF·체외수정)처럼 정액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짧거나 길지 않은 중간 수준의 금욕 기간이 적절할 수 있다. 반면, 건강한 정자 하나를 선별해 난자에 주입하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ICSI) 같은 시술에서는 정자의 운동성은 높고 손상도는 낮을수록 더욱 유리해 상대적으로 짧은 금욕 기간이 나을 수 있다.
자연 임신을 시도할 때도 이 두 범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상비 박사는 “(임신을 바라는)부부에게는 장기간 금욕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며 “정자의 수와 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