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열감지 막아라”…미 해병대 ‘위장 망토’ 도입 추진

최현정 기자 2026-03-16 16:34

미 해병대 병사들이 훈련 중 이동하고 있다. 드론과 열감지 센서가 확산되면서 미군은 병사의 열 신호를 숨기는 ‘다분광 위장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Getty Images

드론에 장착된 열감지 카메라가 전장을 장악하면서 병사가 숨을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숲이나 어둠 속에 숨어 있어도 체온에서 나오는 열 신호가 드론에 포착되는 ‘투명한 전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미 해병대가 병사의 열 신호를 숨길 수 있는 새로운 위장 장비 확보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최근 적외선과 열 신호를 줄여 탐지를 어렵게 하는 ‘다분광 위장 외피(Multispectral Camouflage Overgarment)’ 개발을 위한 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육안뿐 아니라 야간투시 장비와 적외선 센서, 열감지 카메라 등 다양한 감시 장비로부터 병사를 숨기기 위한 장비다.

군복과 장비 위에 덮어 착용하는 망토 형태로 설계됐다. 해병대는 병사가 완전 무장 상태에서도 15초 안에 착용할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하고 있으며, 극한 온도와 다양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군 당국은 이 장비가 병사 개인의 열 신호와 적외선 흔적을 줄이는 ‘개별 신호 관리(individual signature management)’ 기술을 구현하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2030년까지 약 6만1000개의 장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 드론이 만든 ‘투명한 전장’

해병대가 이런 장비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크게 달라진 전장 환경이 있다.

과거 전장에서 위장은 적의 눈이나 망원경을 피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드론에 장착된 열화상 카메라가 병사의 체온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포착해 위치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이나 어둠 속에 숨어 있어도 열화상 화면에서는 병사의 열 신호가 밝은 표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포착한 좌표가 곧바로 포병이나 미사일 부대로 전달되면서 ‘발견되는 순간 공격받는’ 전장 환경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투명한 전장’이라고 부른다. 병사가 움직이는 순간 위치가 드러나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미군 지휘부도 이런 변화를 강조해 왔다.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은 과거 의회 증언에서 “목표가 보이면 곧바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장과 열 신호 관리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보병도 ‘스텔스’ 시대


이 같은 환경에서는 보병 역시 탐지를 피하는 기술이 중요한 생존 장비가 되고 있다.

해병대가 추진하는 위장 장비 역시 단순한 군복이 아니라 여러 탐지 장비를 동시에 피하는 기술을 목표로 한다. 근적외선(NIR)부터 열 감지에 사용되는 중·장파 적외선 영역까지 다양한 센서 탐지 대역에서 신호를 줄이는 방식이다.

망토 형태로 설계된 것도 병사의 장비와 신체 윤곽을 동시에 흐려 드론의 탐지를 어렵게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전술도 바뀐다

드론이 전장을 장악하면서 보병의 작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드론 한 대의 타격 범위에 병력이 몰리지 않도록 병력을 소규모로 나누는 ‘분산 배치’가 늘고 있으며, 드론 통신을 교란하는 휴대용 전파 방해 장비도 보병 장비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동할 때는 열 신호를 줄이는 위장 장비를 사용하고, 정지 상태에서는 드론의 인식을 어렵게 하는 위장막을 설치하는 방식도 새로운 전술로 자리 잡고 있다.

● 끝없는 ‘창과 방패’ 경쟁

군 당국은 드론과 센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보병 장비 역시 이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열 감지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이를 숨기기 위한 위장 기술도 함께 발전하는 ‘창과 방패’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장에서 보병의 생존 여부가 화력보다 ‘탐지를 얼마나 잘 피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당신을 위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