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14억 자산으로 퇴사한 40대…“평일 낮 산책이 꿈만 같았다”
11일(현지시간) 일본 금융 전문지 ‘더 골드’ 온라인판은 경제적 자립을 이룬 40대 회사원이 다시 재취업에 나선 사연을 전하며, ‘어른은 일하는 존재’라는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가치관이 조기 은퇴 후 삶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A 씨(45)는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채 10년 넘게 투자에 매달리며 주식과 투자신탁 등으로 자산을 불려왔다. 그 결과 40대 중반에 금융자산 약 1억5000만 엔(약 14억 원)을 모았다.
그는 “원래부터 회사원으로 사는 삶이 싫었다”며 “사람들로 꽉 찬 만원 지하철,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 얽매이는 생활이 늘 싫었고, 그래서 더 투자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 씨의 아내는 간호사로 계속 일하는 상황이기에 A 씨가 집안일과 육아를 맡으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해방감을 느꼈다”며 “평일 낮에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자유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 “아빠는 왜 회사 안 가?”…‘일하지 않는 아버지’ 향한 시선
A 씨는 “평일 낮 티셔츠 같은 편한 차림으로 장을 보러 슈퍼에 가면 동네 사람들을 마주치곤 했다”며 “돈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뒀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어 ‘요즘 잠깐 집에 있어서 제가 장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고 털어놨다.
자녀의 반응도 부담이었다. A 씨는 “큰아이가 ‘아빠는 왜 회사에 안 가? 엄마만 일해도 괜찮아?’라고 묻더라”며 “순간적으로 ‘자영업을 한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일을 안 하고 있는 셈이라 집에 없는 시간을 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선택지는 커피숍 아르바이트였다. 평소 커피가 취미였던 A 씨는 근처 커피 가게에서 일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반응은 달랐다. 아내는 “그곳은 이 근처 사는 학부모들도 의외로 많이 가는 곳이니, 좀 더 먼 곳에서 찾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 결국 다시 회사로…“회사원이란 신분이 편했다”
매체는 “일본에서는 지금도 ‘어른은 일하는 존재’, ‘아버지는 회사에 가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이 강하게 남아 있다”며 “자산이 있으면 일하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역할을 요구받는 현실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A 씨는 조기 은퇴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회사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는 “회사원이라는 게 의외로 편리한 신분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회사원이라고 하면 그 이상은 굳이 캐묻지 않고, 재취업 이야기를 꺼냈더니 부모님도 무척 안심하셨다”고 말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