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김선태가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향후 다양한 홍보 콘텐츠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태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온라인에서는 김선태 채널의 광고 협업 단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확산했다. 해당 자료에는 브랜디드 콘텐츠 패키지 광고 단가가 최대 1억 원 수준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마케팅 업계에서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20만 구독자 규모 채널의 숏폼 광고에도 수천만 원 단가가 제시되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료를 보고 오히려 가격이 낮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김선태 채널의 구독자 규모와 화제성을 고려하면 1억 원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널이 아직 초기 단계라 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백 건의 광고 문의가 몰렸다는 사실 자체도 광고 시장의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급(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 시간)은 제한적인데 수요(광고주)가 압도적으로 몰릴 경우 가격 결정권이 크리에이터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선태 유튜브 채널 댓글창에 기업 계정들의 댓글이 이어진 가운데, 한 이용자는 “여기가 취업박람회보다 기업체가 많아 보여 구직 글을 남겨 본다”며 구직에 나선 모습. 김선태 유튜브 채널 캡처
전문가들은 김선태 채널의 광고 단가를 단순히 구독자 수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핵심은 단순 구독자 수가 아니라 실제 참여도라는 것이다.
김경달 더코어 대표(블루닷 AI 이사 겸직)는 “브랜디드 콘텐츠 1억 원은 단순히 구독자 수에 따른 도달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광고 단가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소비자에게 들어가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선태 채널의 초기 영상에서 나타난 높은 참여도는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영상 댓글이 수만 개 달리는 현상은 단순 조회수를 넘어 콘텐츠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됐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 ‘연예인 모델’에서 ‘크리에이터 협업’으로
김선태 사례는 광고 시장 구조 변화도 보여준다. 기업들이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방식보다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노출’에서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브랜디드 콘텐츠는 2~3년 뒤에도 검색을 통해 발견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단발성 광고가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을 축적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광고의 ‘롱테일화’다. TV 광고는 집행 이후 빠르게 사라지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장기간 누적 노출이 가능해 광고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태 유튜브 채널
● 조직 플랫폼에서 개인 브랜드로 이동한 팬덤
김선태 사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공공기관 채널에서 형성된 팬덤이 개인 채널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퇴사 후 개설한 개인 채널에서도 구독자가 급증하면서 조직 플랫폼에서 형성된 팬덤이 개인 브랜드로 이동한 대표 사례가 됐다. 이는 조직에 속한 개인이 콘텐츠 영향력을 통해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임플로이언서(Employee + Influencer)’ 흐름이 정점에 달한 사례로도 해석된다.
김영재 한양대 ERICA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확산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 채널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의 개성과 브랜드를 앞세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 크리에이터와 팬덤이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확대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크리에이터가 산업의 운전석에 앉았다”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이나 방송사가 콘텐츠를 유통하고 광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크리에이터가 팬과 직접 연결돼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500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4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플랫폼이 콘텐츠를 활용해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가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말 그대로 콘텐츠 산업의 운전석에 크리에이터가 앉은 셈”이라고 말했다.
● 개인 영향력 커질수록 조직의 고민도 커진다
이런 변화는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 대표는 “조직이 크리에이터를 육성할수록 팬덤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콘텐츠 자산이 조직에 남는지 개인에게 축적되는지에 대한 관리 전략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충주맨 사례는 콘텐츠 플랫폼보다 크리에이터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진 시대를 보여준다”며 “어느 조직에 있든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개인이 영향력을 갖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작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평론가는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들도 PD·작가·편집 인력 등 방송 제작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채널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제작 인력과 콘텐츠 생산 구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조직과 개인 사이의 콘텐츠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