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연구자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혈액 내 p-tau217(인산화 타우 217) 이라는 단백질 수치가 높은 여성은 향후 경도인지장애(MCI)나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p-tau217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뇌 변화와 관련된 단백질이다.
연구 시작 시점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기억력이나 사고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혈액 속 p-tau217 수치가 높은 여성일수록 이후 치매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65~79세의 여성 2766명(평균 연령 69.9세)을 최대 25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인 ‘여성건강이니셔티브 기억 연구(Women’s Health Initiative Memory Study)‘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모든 참가자는 연구 시작 시점에 인지 기능이 정상 상태였다.
연구진은 연구를 시작할 때 채취한 혈액 표본을 이후 분석해 p-tau217 수치를 측정했다. 타우 단백질의 한 형태인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뇌 병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물지표로 알려졌다. 혈장 p-tau217 검사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사용되는 뇌척수액 p-tau217과 비슷한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가 있으며, 일반 지역사회 대상 연구에서도 치매 발생과의 관련성이 보고됐다.
분석 결과 연구 시작 시 혈액 속 p-tau217 수치가 높을수록 이후 치매 발생 위험이 많이 증가했다. p-tau217 수치가 1표준편차 증가할 때 치매 발생 위험은 약 3배까지 높아졌다. 특히 p-tau217 수치가 높을수록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이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p-tau217 수치와 치매 위험의 관계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는 않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예를 들어,
70세 이상 여성은 70세 미만 여성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인 APOE ε4를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p-tau217 수치가 높을 때 인지 저하와 치매 발생 위험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폐경은 뇌의 회색질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회색질은 뇌 신경세포 대부분이 존재하는 조직으로 기억, 감정, 운동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에 더 취약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 돼 왔다.
공동 저자인 UCSD 공중보건·인간장수과학대학원 린다 K. 맥에보이(Linda K. McEvoy) 명예교수는 “p-tau217 같은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는 뇌 영상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보다 훨씬 덜 침습적이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를 임상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샤디압 교수는 앞으로 호르몬 치료, 유전 요인, 연령 관련 건강 상태 등이 혈장 p-tau217 수치와 어떻게 상호작용해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세히 분석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활용해 치매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6.1295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