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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스트앵글리아(University of East Anglia·UEA)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식욕’(Appetite)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광고와 간식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왜 많은 사람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 문제는 아닐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 연구 개요
연구진은 76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사탕, 초콜릿, 감자칩, 팝콘 등의 음식이 등장하는 ‘보상 기반 학습 게임’을 하는 동안 뇌파(EEG)를 측정했다. 실험 도중 한 가지 음식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때까지 충분히 먹게 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포만 상태가 됐다. 이들은 “이제 더는 먹고 싶지 않다”고 보고했다. 실제 행동에서도 해당 음식을 더 이상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 책임자인 UEA 심리학자 토머스 삼브룩 박사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대한 뇌의 반응은 꺼지지 않았다”며 “이는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 자극이 과식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뇌의 보상 회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연구진은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음식은 귀했다. 고열량 음식이 보이면 무조건 확보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문제는 지금은 음식이 ‘너무’ 많다는 것. 편의점, 배달 앱, 광고, SNS 이미지까지 끊임없이 뇌를 자극한다. 이런 환경에서 음식을 무조건 확보하려는 반응은 과식으로 이어진다.
둘째, 습관처럼 굳어진 반응이다.
연구진은 음식 자극에 대한 뇌 반응이 습관처럼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특정 음식이 ‘기쁨’과 반복적으로 연결되면서, 의식적 판단과 무관하게 자동 반응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셋째, 목표 지향적 의사결정 능력(일명 자기 통제력) 과 뇌의 자동 반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점이다.
즉,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고 의지가 강한 사람도 음식을 향한 자동적 신경 반응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는 전략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간식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기, TV 시청 시 간식 대신 차나 물 준비하기, 장보기 목록을 미리 정해 충동구매 줄이기 등이다.
의지력을 탓하기보다 뇌에 가해지는 자극 자체를 줄이면 과식 충동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