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밤늦게까지 업무를 이어가는 직장인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UC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 확대는 업무 속도와 범위를 넓히며 근무 시간이 저녁과 이른 아침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였다. 제미나이 AI 생성 이미지
최근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연구진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이 약 200명 규모의 미국 기술기업을 8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직원들은 AI 활용 이후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업무를 수행했으며,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대도 하루 전반으로 확대됐다. 회사가 AI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았음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업무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휴식 시간까지 침투한 AI 업무
연구진은 특히 휴식 시간으로 여겨졌던 공백에 업무가 스며드는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짧은 단위의 작업이 누적되면서 업무가 저녁이나 이른 아침 시간대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직무 경계 넓어지고 멀티태스킹 증가
직무 경계의 확장도 업무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AI 도움으로 이전에 맡지 않던 업무까지 직접 처리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코드 작성에 참여하거나 연구 인력이 엔지니어링 작업을 수행하는 등 개인이 맡는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동시에 엔지니어들은 동료들이 AI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 시간을 투입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업무 부담도 발생했다.
● 생산성 높아졌지만 ‘조용한 업무 팽창’ 우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 상승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업무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조용한 업무 팽창(workload creep)’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직이 실제 부담 증가를 인식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피로 누적과 업무 품질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는 업무를 줄이기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만들고 멈추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이 단순히 AI 도입률을 높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업무 속도와 활용 범위를 관리하는 조직 차원의 운영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