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기반 연구에서 개인 간 수명 차이의 최대 55%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우리 알론(Uri Alon) 교수와 동료들이 저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 결정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5% 수준으로 분석됐다.
인간의 다양한 형질이 얼마나 유전의 영향을 받는지는 보통 쌍둥이 연구를 통해 산출한다. 이 방법은 DNA를 거의 100%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약 50%를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스웨덴 쌍둥이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포함됐다.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100세 이상 장수한 미국인 444명의 형제자매 209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료도 함께 살펴봤다. 연구진의 목표는 감염이나 사고처럼 개인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과 유전자라는 내부 요인을 분리해 분석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사고나 감염병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을 통계적으로 보정하면, 인간 수명 차이의 상당 부분은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식이요법, 운동, 건강한 생활 습관이 수명을 좌우한다는 기존의 의학적 통념과 배치되는 결론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인간의 자연 수명에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20~25%로 봤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이보다 2배 이상 큰 50~55%로 추산했다. 이는 다른 포유류에서 관찰되는 수명 유전력(보통 약 50%)과 비슷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교신 저자인 알론 교수는 기존 연구와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이전 연구들은 사고 혹은 유전자와 무관한 질병처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한 사람들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유전적 영향은 작게 보이지만, 생활 습관의 역할은 과대평가 됐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수명의 상한을 정하고, 생활 습관은 그 범위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학설을 펴는 대표적인 학자인 S. 제이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 공공보건대학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아주 오래 사는 것은 태어날 때 이미 장수 유전자의 복권에 당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다.
보스턴대학교 ‘뉴잉글랜드 장수인 연구’의 책임자이자 노인의학자인 토머스 펄스 박사는 유전자가 수명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생활 습관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수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그렇다. 균형 잡힌 식사. 금연, 정상 체중 유지,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수명에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그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 사이의 수명 차이는 알론 교수가 말한 10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알론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된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건강한 또는 불건전한 생활 습관은 평균적으로 수명을 약 5년 정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반면 펄스 박사가 인용한 관찰 연구에서는, 생활 습관에 따른 수명 차이가 이보다 더 커 최대 14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126/science.adz1187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