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과학이 내린 불편한 진실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과장됐거나, 장기적으론 미미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간헐적 단식의 실제 모습을 조명했다. 국내에서 특히 관심 가질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간헐적 단식은 어디서 유래?
단기간의 극단적 열량 제한이 동물에게 놀라운 이점을 준다는 연구들이 21세기 초부터 나왔다. “쥐에게 하루 4시간이나 6시간만 먹게 하면 수명이 늘고, 암·치매·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 일종의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라고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영양학자이자 5:2 다이어트의 창시자 미셸 하비 박사가 말했다. 이틀에 한 번만 먹게 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론적으로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음식 섭취가 없을 때 혈당이 떨어지면서 세포가 지방 저장분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하고, 저전력 모드와 비슷한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때 세포는 분열보다 자기 수리에 집중하며, 노화하거나 기능하지 않는 구성 요소를 먹어 치우고 재활용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 청소 과정이 세포 기능 개선과 다양한 건강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체중 감량에 도움 될까?
16:8, 5:2 등의 간헐적 단식은 열량 제한 식사 등 다른 다이어트 방법과 비교해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단식 사이에 얼마나 많이 먹든 상관없이 살이 빠지고 더 건강해졌다.
그러나 인간에게선 다르다. 인간을 대상으로한 고품질 연구에서는 간헐적 단식이 특별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 일부 연구는 간헐적 단식이 다른 식단보다 체중 감량에 더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한다. 반면 크진 않지만 의미 있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영국 배스대학교의 대사생리학자 제임스 베츠 교수는 후자의 상당수가 소규모이거나 연구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년간 발표된 여러 연구를 검토한 결과, 피험자를 중복 계산하거나 자기 데이터조차 잘못 해석하는 등 중대한 오류를 범한 연구들이 많았다고 베츠 교수는 꼬집었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영양학과 크리스타 바라디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정말로 연구 품질이 좋은 것은 20~30편에 불과하다. (간헐적 단식의 감량 효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모든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다. 체중의 5% 이상 줄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사 건강 개선 효과는?
간헐적 단식이 유행한 배경에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대사 건강 개선 기대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을 한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 돼 약 복용량을 줄일 수 있었고, 지방간 환자 중에는 장기에 쌓인 지방이 거의 사라진 사례도 있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병원 연구에서는 당뇨 관련 신장 질환 환자들이 5일간 단식한 후 상태가 개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사적 이점은 간헐적 단식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체중 감소를 동반하는 어떤 열량 제한 다이어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이델베르크대 연구를 이끈 스테판 헤르치히 교수는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특별한 화학적·세포적 변화가 나타나 새로운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런 변화는 발견하지 못 했다”며 “간헐적 단식의 대사적 이점은 이전 식습관으로 돌아가 체중 감소가 유지되지 않으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결론 지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과학이 내린 불편한 진실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지 기능에 도움?
일부 동물 연구에서 간헐적 단식이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과 연관된 학습·기억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 중 일부는 장기간 단식에만 해당될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신경과학자 미리암 블루멘달 연구원은 “소수의 실험이지만, 약 4~5일간 음식을 끊으면 세포가 지방을 대사하기 시작하면서 인지 기능이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짧고 덜 극단적인 단식 방식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인지 저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낮다”라고 말했다.
장기간 단식으로 지방 대사가 본격화하면 뇌는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 감소, 신경 세포에 영양분이 될 수 있는 신경성장인자 증가, 세포가 불필요한 구성 성분을 스스로 분해·재활용하는 자가포식 활성화 등이 일어나 인지 기능이 일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단, 16:8과 같은 일반적인 간헐적 단식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리디 교수는 “4일 단식은 잔인할 정도이며, 대중적인 단식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암 치료에 도움?
일부 연구에서 항암 치료 부작용 감소 효과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지만 암 자체를 예방하거나 억제한다는 확증은 없다.
이러한 결과는 대규모 연구로 확인이 필요하다.
위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간헐적 단식과 관련해 여전히 논쟁 중인 다른 주장들, 예를 들어 장수, 심장 건강 개선, 파킨슨병 위험 감소 등에 대해 바라디 교수는 연구의 품질이 높을수록 긍정적 효과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 실험에 근거해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 것은 지나쳤다”라고 강조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