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효율을 맡고, 공감과 책임은 사람이 맡는 시대. 사랑의열매가 공개한 ‘기부트렌드 2026’이 기업 CSR와 모금 현장의 변화를 짚었다. Google Gemini 생성 이미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기부트렌드 2026 컨퍼런스’를 열고, 신간 『기부트렌드 2026』을 공개했다. 올해 보고서는 ‘AI 시대의 인간다움, 기부의 재발견’을 주제로, 기술이 평준화되는 환경 속에서 기부와 기업 사회공헌(CSR), 비영리 생태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7가지 트렌드로 정리했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AI는 최적의 기부 방식을 제안할 수 있지만, ‘지금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의 떨림과 책임의 출발점은 인간에게만 있다”며 “기부는 여전히 가장 인간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7가지 트렌드는 ‘AI는 못하는 일, 기부로 나누는 감정’, ‘리스크와 타이밍을 읽는 기부자’, ‘평등해진 기술, 가치를 만드는 사람’,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까지’, ‘로컬 기빙’, ‘따뜻한 AI, CSR의 새로운 동력’, ‘과거 위에 쓰는 미래’ 등이다. 연구소는 이 가운데 ‘따뜻한 AI’를 올해 기업 사회공헌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돌봄 영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는 AI 스피커와 센서를 활용해 독거노인과 치매 노인의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말벗 서비스와 응급 알림은 기술이 담당하지만, 실제 방문과 정서적 돌봄, 관계 형성은 사람이 책임진다. 연구소는 이를 “기술은 감지하고, 돌봄은 사람이 한다”는 모델로 정리했다.
기술이 깊이 들어올수록 윤리 논쟁도 커지고 있다. 성차별 논란을 낳은 AI 채용 시스템, 인종 차별 문제가 제기된 안면 인식 기술,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불러온 챗봇 사례 등은 CSR이 단순한 기술 확산의 창구가 아니라 AI를 사회적으로 걸러내는 ‘윤리 필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특히 생성형 AI로 만든 아동·난민 이미지를 모금 캠페인에 활용하는 사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피해자 동의와 초상권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가짜 빈곤의 얼굴’이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빈곤을 감정 자극용 상품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Adobe Stock 기준으로 ‘빈곤(Poverty)’ 키워드 검색 결과 중 약 35%가 생성형 AI 이미지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이 비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부트렌드 2026 컨퍼런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현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신혜영 서울 사랑의열매 사무처장, 윤지현 국제이주기구 파트너십 오피서, 한상규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김인권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황인식 사랑의열매 사무총장, 노진선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장, 이윤나 바보의나눔 총괄부장,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김누리 사랑의열매 윤리감사실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인간다움의 가치를 전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변화하는 기부 트렌드를 꾸준히 연구하고, 현장과 사회에 의미 있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