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자기소개서가 획일화되자 일본 기업들이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있다. 면담과 영상 중심 채용으로 인재를 가려내려는 변화다. 게티이미지뱅크
AI를 활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그만큼 내용은 비슷해지고 평가 기준도 흐려진다. 기업들은 지원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사람을 보는 채용’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 로토제약 “자소서·AI 면접 대신 15분 대화”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로토제약은 2027년 4월 입사 신입사원 채용부터 자기소개서에 기반한 서류 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인사 담당자와 15분간 직접 대화하는 면담을 채용의 첫 단계로 도입한다.
AI 면접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 측은 “현행 채용 프로세스가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최적의 방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이 쉬워질수록 효율 중심 선발로 흐르고, 학생들은 기업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수의 전형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류나 AI 면접보다 직접 대화를 통해 가치관과 비전을 확인하는 것이 더 나은 채용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취준생 10명 중 7명 AI 활용… 대기업도 ‘자소서 폐지’
실제로 AI 활용은 일본 취업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정보포털 마이나비가 내년 3월 졸업 예정인 대학생·대학원생을 조사한 결과, AI 활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7%에 달했다. 활용 목적(복수 응답)으로는 자기소개서 첨삭이 69%로 가장 많았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전적으로 AI에 맡긴다는 응답도 41%에 이르렀다.
요코하마은행 역시 올해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신입 채용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1분 분량의 영상으로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과 성과를 설명하도록 했다. 요코하마은행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통해 개성이 뚜렷한 인재들이 지원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도 ‘자소서 없는 채용’… 오히려 성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에서는 서류 전형 폐지가 오히려 채용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나타났다. 주방기기 제조업체 나카니시제작소는 지난해 10월 서류 전형을 없애고 적성검사 이후 지원자 전원과 면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통상 약 200명이던 지원자는 올해 신입 채용에서 약 350명까지 늘었다. 회사 측은 지원자들의 회사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채용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약 20명 수준인 채용 인원은 내년 봄 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