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상승 여파로 일본 5엔 동전의 금속 가치가 액면가를 넘어서며 동전을 녹여 파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5엔 동전이 액면가보다 원재료 가치가 더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며, 현금 화폐 체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고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동전을 화폐로 사용하는 것보다 녹여 금속으로 판매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이 화폐 가치 자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5엔 동전에 사용되는 구리 원재료의 가치는 최근 약 5.4엔 수준까지 상승했다.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5엔 동전의 액면가는 약 47.6원이지만, 이를 녹여 금속으로 환산할 경우 약 51.4원의 가치가 된다. 동전 한 개당 약 3.8원, 비율로는 약 8%의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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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1년 사이 30%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화폐로서의 가치보다 금속 자체의 상품 가치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다만 이론적으로 이익이 난다고 해서 실제로 동전을 녹여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법정 화폐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녹이는 행위가 ‘화폐손상등취체법’ 위반에 해당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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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현금 중심 화폐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미국은 이미 제조 원가가 액면가의 4배에 달하는 1센트 동전 생산을 종료했다. 일본 역시 1엔과 5엔 동전 제조를 수년째 중단하며 ’동전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전 재료값이 액면가를 추월한 것은 화폐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라며 “단순한 호기심에라도 동전을 녹이는 행위는 인생을 망치는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