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3년간 가구·가전을 갖추고 몰래 산 70대가 체포됐다. 영화 ‘기생충’을 방불케 한 그는 경찰 조사 후 풀려나자마자 다시 지하로 돌아와 거주를 시도하다 재체포되는 황당한 소동을 빚었다. TVBS 갈무리
12일(현지 시간) TVBS 등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가오슝시 경찰은 전날 타인의 주거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해 거주한 혐의로 궈모 씨(71)를 체포했다. 궈 씨가 숨어 지내던 곳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아파트 지하 기계식 주차장의 기계실 공간으로, 입주민들조차 존재를 잊고 지내던 사각지대였다.
● 지하 공간에 가구·가전 ‘완벽 구비’…3년이나 지속된 기생
경찰 조사 결과 궈 씨는 외부인이 아닌 해당 아파트의 전 입주민이었다. 과거 이 건물의 관리인으로 근무한 이력도 확인됐다. 약 3년 전 거주하던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며 거처를 잃자, 건물 구조와 관리 동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점을 악용해 지하 공간으로 숨어든 것이다.
이 같은 생활이 장기간 발각되지 않은 이유로는 해당 기계식 주차장이 노후화돼 이용 빈도가 극히 낮았다는 점이 꼽힌다. 입주민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공간이 오히려 은신처로 활용됐다.
● “공용 공간에서 뭐하냐” 체포…풀려나자마자마 다시 ‘컴백’
궈 씨가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는 건물 지하 주차장. 기계식 주차장의 밑으로, 71세의 그는 이곳에서 3년 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TVBS 갈무리
그러나 황당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사를 마치고 풀려난 궈 씨가 지난 11일 다시 아파트 지하로 돌아와 짐을 풀고 거주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차 신고를 받은 경찰은 궈 씨를 다시 체포했고, 아파트 관리위원회는 지하에 쌓여 있던 가재도구와 짐을 모두 강제 철거했다.
피해를 입은 집주인은 “사유지가 무법천지로 점거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국가가 국민 권리 보호에 실패한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공공재 관리 부족과 고령층 주거 빈곤이 빚어낸 씁쓸한 ‘도시의 그늘’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