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산업과 자원 개발의 현장에서 채집된 ‘추출’의 장면들이 하나의 ‘추상’적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 활동이 재구성해 온 지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이탈리아 베니스의 M9(Museo del ‘900)에 이어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순회전으로, 버틴스키 전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획된 대표적인 시리즈이다.
우랄칼리 칼륨 광산 #1. 베레즈니키. 러시아. 2017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전시는 총 3부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미학적 감각으로서의 작업,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산업 현장, 사진 매체의 실험과 확장이라는 세 개의 축을 통해 예술가·기록자·기술자로서의 버틴스키를 조명한다. 관람자가 추상적 미학을 먼저 경험한 뒤 그 이면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감각에서 인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2부는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남긴 변화를 정면으로 다룬다. 광물·석유·가스·목재를 대규모로 채취하며 현대 문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구는 인간의 필요에 맞게 급격히 변형됐다. 버틴스키는 추출 산업, 제조업, 농업, 폐기물 현장을 기록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세’의 풍경을 기록했다.
3부는 사진 기술의 진화와 함께 버틴스키 작업이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보여준다. 필름에서 디지털, 드론·위성 촬영,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장비와 일기를 통해 창작 과정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불법 석유 벙커링 #9. 나이저 삼각주. 나이지리아. 2016 사진제공=서울역사박물관
버틴스키는 “우리가 소비를 위해 자연에서 끊임없이 자원을 얻는 현실과, 지구 환경을 염려하는 마음 사이에는 불편한 모순이 존재한다. 저에게 이 이미지들은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은 우리가 알고도 외면해 온 현실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고, 현대 문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끈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