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투자자 설명회 참석해 직설적 요청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에서 열린 임시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24. 도쿄=AP/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1일 도쿄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대사를 인용하며 일본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사막의 다보스’라 불리는 FII는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의 회장 자격으로 주최하는 국제 행사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 투자 관계자 등이 다수 참석했다. 이에 사우디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대사를 통해 재치있고도 직설적이게 투자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행사에서 “우리는 희토류 및 기타 중요한 광물에 대한 대체 공급 경로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공급망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위기 관리 투자를 과감히 추진해 강력한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를 실현해 세계 자본이 흘러들어오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사우디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책임있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재건하고 싶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사우디에서 일본 만화가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며 “‘진격의 거인’ 속 대사로 연설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곧바로 그는 영어로 “닥치고 전부 일본에 투자하라”고 했다. 만화 속 ‘いいから黙って 全部オレに投資しろ’(됐으니까 닥치고 나에게 전부 투자해) 대사를 인용한 것. 이어 “일본이 돌아왔다. 일본에게 투자해달라”며 발언을 마쳤다. ‘진격의 거인’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사야마 하지메 작가가 연재한 작품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 사우디 등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