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들의 평균 수명이 같은 조건의 비 유명 가수들보다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앞선 연구에서 유명 가수들이 일반인보다 일찍 사망하는 경향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하지만 그 원인이 음악 산업의 노동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스타들만의 삶의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명성 자체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했다.
독일 비텐/헤어데케대학교(Witten/Herdecke University)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역학·지역사회 보건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유럽 가수 648명을 대상으로 사망 위험 분석을 했다.
이 중 324명은 세계적인 유명 가수, 나머지 324명은 출생 연도, 성별, 국적, 인종, 음악 장르, 밴드 보컬 또는 솔로 여부 등 같은 조건의 비(非) 유명 가수였다.
유명 가수 표본은 음악 통계 웹사이트 어클레임드뮤직(acclaimedmusic.net)의 역대 톱 2000 아티스트 목록에서 선정했으며, 팬 투표나 음반 판매량이 아니라 전문가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조사 결과,
유명 가수들은 평균 79.75세에 숨진 비 유명 가수보다 4.56년 이른 75.19세에 대개 사망했다.
밴드 활동은 솔로 활동 대비 사망 위험을 26%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를 고려해도 명성의 영향은 그대로 남아 유명 가수들은 덜 유명한 가수들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33%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비정기적 흡연 시 사망 위험 34% 증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상대적으로 더 높은 조기사망 위험은 명성을 얻은 후에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명성이 건강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명성은 이미 위험에 노출된 집단에 추가적인 취약성을 더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가수들의 평균 수명이 같은 조건의 비 유명 가수들보다 짧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명 가수가 먼저 숨질 위험이 큰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명성을 얻은 사람이 받는 특수한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중의 관심, 공연 스트레스, 장기 투어로 인한 사생활 상실 등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악화하고, 이를 건강하지 않은 방법(음주와 약물 남용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대중음악계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특히 영국)의 유명 가수들은 6개월~1년의 장기 투어가 다반사다.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소모가 뒤따른다.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히트곡을 내지 못하면 바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 사생활 실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기계처럼 팬과 미디어를 응대해야 하는 감정 노동 등은 스타가 감내해야 할 어려움이다.
유명 가수의 수명이 더 짧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스타는 엄청난 돈을 번다. 일반적으로 부유층이 수명이 더 긴 경향이 관찰된다. 하지만 유명 가수는 그 반대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136/jech-2025-224589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