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가원장 “수능 난도 크게 높아진 건 아니라고 본다”

김소영 기자 2025-11-14 10:26

오승걸 평가원장·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
“사탐런 바람직하지 않지만 함정 넣지않고 ‘정공법’으로 출제”



김창원 수능출제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경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13. [세종=뉴시스]

김창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장(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올해 전체 수능 지원자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서 일부러 난이도를 높여 출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체감 난이도가 높은 가운데, 올해 수능에서 늘어난 지원자 수 상당수가 재학생이고 의대 모집 인원 동결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최상위권이 많아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더 높았던 것이라는 게 출제 당국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전체 응시생이 늘고 특히 재학생 응시자가 늘어난 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유지하려 했고 특별히 어렵게 출제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는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지원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 문제를 봤을 때 ‘어렵지 않나’라는 의견이 일부 있긴 했지만 EBS와 연계된 상황이라 학생들이 봤을 때 어렵더라도 풀다보면 풀릴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오 원장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도적으로 난도를 높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오 원장은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학교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며 “수험생의 준비 정도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지난해 수능 대비 체감 난도가 좀 높아졌을 순 있지만 아주 크게 높아진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의 최대 변수인 ‘사탐런(자연계열 학생이 고득점을 위해 과학탐구가 아닌 사회탐구를 보는 현상)’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사탐런을 통해 큰 이익을 얻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학생들을 일부러 골탕 먹이는 것도 옳지 않으니 일부러 꼬거나 함정을 넣는 문제가 아닌 ‘정공법’으로 출제했다”고 말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체감 난이도가 높아 절대평가인데도 1등급 비율이 4%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영어 1등급이 들쑥날쑥하게 나오는데 쉽지 않다”며 “올해 수능 1등급 비율은 올해 6월 모의고사(19.22%)와 9월 모의고사(4.50%) 사이쯤 될 것 같고 지난해 수능(6.22%)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일부 입시기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4% 미만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수능이 치러진 13일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거나 약간 어렵다고 분석했지만 수험생은 매우 어려웠다는 분위기다. EBS가 수능 직후부터 사이트를 통해 체감 난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4일 오전 10시 기준 전체 응답자 6420명 가운데 87.4%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보통이었다”는 9.8%, “쉬웠다”는 2.8%에 불과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