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앞)이 국정연설을 마무리할 때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오른쪽)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날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펠로시 전 의장은 자신의 선거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에게 보낸 영상 연설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주민 여러분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다“며 ”저는 (내년) 의회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발전을 이뤘다”며 “우리는 항상 앞장섰고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참여자로 남아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미국의 이상을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주부로 지내던 펠로시 전 의장은 1987년 47세에 하원의원 선거를 통해 늦깎이로 의회에 입성했다. 펠로시 전 의장에게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주요 정당 역사상 여성 최초로 하원 원내대표에 당선돼 2003년부터 민주당을 이끌었다. 또 2007∼2011년, 2019년∼2023년 1월 초까지 두 차례 하원의장을 지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 기록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하다. 미국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 통과를 주도했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도 2차례나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펠로시 전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앙숙’ 사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었던 일화가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으나 이를 통과시킨 하원에 격분해 2020년 의회 연설 당시 소추안을 주도한 펠로시 전 의장과의 악수를 거부했다. 그러자 펠로시 전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에서 연설문을 찢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전 의장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그를 ‘미친 낸시’라 불렀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