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증 악용한 중국인, ‘필로폰 8억 원’어치 밀반입하다 덜미

황수영 기자 2025-11-03 15:56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30대 중국인이 필로폰 1.2㎏을 차 봉지에 숨겨 밀반입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8억 원 상당 마약을 압수하고 추가 공범을 추적 중이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캐리어 속에서 발견된 필로폰 1.2㎏.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로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인물이 중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9일, 필로폰 1.2㎏을 차(茶) 봉지로 위장해 캐리어에 숨긴 뒤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밀수한 중국인 A 씨(30)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24일 무사증 제도(비자 면제) 를 이용해 싱가포르발 항공편으로 제주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사증 제도는 외국인이 비자 없이 제주에 입국해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제주 외 지역으로 이동은 금지된다. 

● SNS로 운반책 모집…수상히 여긴 20대 신고로 덜미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SNS(소셜미디어)에 “물건을 서울까지 운반해 달라”는 글을 올려 운반책을 모집했다. 게시글을 본 20대 남성 B 씨가 A 씨로부터 가방을 전달받았지만, 내용물이 의심스러워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하고, 약 8억 4000만 원 상당의 필로폰 1.2㎏이 든 캐리어를 압수했다. 이는 1회 투약량인 0.03g을 기준으로 약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피의자 A 씨가 B 씨에게 여행용 캐리어를 건네는 장면. 해당 가방 안에서는 필로폰 1.2㎏이 발견됐다. 사진=제주경찰청 제공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을 통한 마약류 유통이 급증하면서 국민 생활 속으로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해외에서 받은 택배나 선물이 의심스러울 경우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적극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제주 해안서도 마약 잇단 발견…‘도내 밀반입 경로’ 주목

제주에서는 최근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약류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제주시 애월읍 해안에서는 중국산 차(茶) 포장지에 싸인 케타민 약 1㎏이 발견됐고, 9월 29일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에서 케타민 20㎏이 적발됐다.

경찰은 해외에서 밀반입된 마약이 제주 해안을 거점으로 국내에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계 기관과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당신을 위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