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참가자들이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 케데헌 사자보이즈 무대, “애니메이션이 현실로”
분장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27일 열린 이번 대회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설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행사장 안은 기대감에 들뜬 표정으로 가득 찼다.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 입상’으로 분장대회를 신청했으나 탈락한 한 참가자.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대회에선 탈락했지만 분위기를 즐기려 분장을 하고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불상 분장을 한 한 참가자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관촉사 미륵보살을 선택했다”며 “떨어졌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유어아이돌(your idol)’ 안무를 선보이는 사자보이즈.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본격적인 시상식 전, 분위기를 달군 건 케데헌 사자보이즈 무대였다.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공연에 시민들은 “진짜 사자보이즈가 나타났다”며 열광했다. ‘소다팝’과 ‘유어아이돌’ 안무가 이어지자 현장은 함성과 박수로 가득 찼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로 분장한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시상식 무대에는 입상한 10개 팀이 차례로 올랐다. 대학생, 직장인, 자녀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엄마들,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축제의 열기를 높였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1등은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유물을 알리고 싶었다”며 “에어캡과 한지를 활용해 어렵게 제작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분장의 확대 모습.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은 이 분장을 에어캡과 라커를 이용해 제작하였으며, 금색 스프레이를 다수 사용했다고 전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 금관부터 호랑이까지, 참가자들의 분장 스토리는?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금동관음보살좌상,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단오풍정, △석조약사불좌상.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서봉총 금관’으로 변신한 ‘금이야옥이야’ 팀은 “자존감 낮은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혀 관객들의 응원을 받았다.
직장인 모임 ‘소분모임’ 팀은 ‘석가모니불 다보불’ 분장으로 웃음을 안겼다. 매일 퇴근 후 모여 준비했다는 이들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재롱이와 솔솔이 연합’ 팀은 고려의 걸작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디테일하게 재현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한복미인즈’ 팀은 신윤복의 명화 ‘단오풍정’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호작도, △석가모니불 다보불, △고려청자, △서봉총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최연소 참가자인 ‘지유지킴이’ 팀은 교과서 속 ‘기마인물형토기’를 직접 표현해 “귀엽다”는 박수를 받았다. ‘호두’ 팀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세심히 만들어 무대 위에서 실제 유물의 빛을 되살렸다.
개인 참가자들도 존재감을 빛냈다. 이○은 씨는 ‘석조약사불좌상’을 완벽히 재현해 “불상이 걸어 나온 것 같다”는 평가를 얻었다. 장○ 씨는 ‘고려청자’의 곡선미와 색감을 옷과 소품으로 구현해 단아한 매력을 뽐냈다.
관람객들은 “수상 여부를 떠나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문화유산을 표현한 참가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필리핀에서 ‘2025 국중박 분장대회’를 보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분장대회를 관람한 시민들은 “SNS에서 작품을 봤는데 직접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참여자들의 사연을 듣고 울컥하기도 했고, 매우 재미있게 관람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외국인 관람객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방문했는데 직접 보니 더 특별했다. 특히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작년 ‘국중박은 살아 있다’ 행사를 확장해 분장대회로 선보였다”며 “전통문화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참가자들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분장대회를 가을 대표 축제로 이어갈 것”이라며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가 K뮤지엄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