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백제 왕궁지였던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6~7세기 그릇받침. 표면 곳곳에 금이 가고 투박하게 생긴 데다 구체적 용도도 밝혀지지 않아, 흔히 떠올리는 ‘멋진 유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그릇받침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자, 2주 만에 ‘좋아요’ 수가 2만7000개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진흥원 게시물은 ‘좋아요’가 많아야 수백 개 정도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다. 댓글도 MZ스럽다. ‘듀..가나디’와 닮았다는 뜻으로 “백제의 듀물”, “듀..상님” 등으로 부르며 호응한다.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보면, 이처럼 어딘지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사랑받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화려하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뚜렷한 문화유산들이 주로 주목받았던 분위기와는 결이 달라졌다.
박물관 등도 최근엔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허물 계기로 삼고 있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작업을 선보이는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해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몄다. 국가유산청도 최근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로 설정했다.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된 6세기경 신라 토기로,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얼굴이 투각(透刻)으로 표현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완성도 높고 화려한 지배층 관련 유물이 관심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정형화된 미의식에서 벗어난 매력에 젊은 층이 재치 있는 해석을 더하면서 즐기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