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드라마 열풍으로 외국인 팬들의 ‘성지순례 관광’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 명소 방문을 넘어 아이돌 투어, 드라마 촬영지 체험, 한국인의 일상 공간까지 찾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한국 관광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단순 명소 위주의 여행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문화와 일상 공간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아이돌 투어부터 오징어 게임까지…K팝·K드라마 테마투어 붐
최근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 게임’, BTS, 세븐틴 등 글로벌 인기를 끈 아이돌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투어 상품이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목적 자체가 팬덤 활동과 결합되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난 것이다.
인터파크 글로벌은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제로베이스원, 트레저 등 인기 아이돌 팬을 위한 전용 투어 가이드를 운영 중이다. 멤버들이 실제로 방문한 가게나 여행지를 직접 안내하며,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무대 너머 일상을 경험한다.
사진=인터파크 글로벌 캡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투어도 있다. 기훈이 딱지치기를 했던 지하철역, 경마장 등을 반나절 동안 둘러보며 드라마 속 긴장감을 직접 체험한다.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원데이 시티 투어’, ‘케이팝 댄스 원데이 클래스 투어’, ‘SBS 음악방송 참관 투어’ 등을 판매한다. 트립어드바이저 (Tripadvisor) 역시 ‘BTS 촬영지 투어’, ‘MBC 드라마 스튜디오 투어’ 등 한류 팬을 겨냥한 상품을 내놨다.
■ 팬덤+관광 결합…지역경제까지 살리는 ‘새로운 한류 여행’
치어리더 이다혜가 18일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대만 팬들과 함께 비빔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
성지순례형 관광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팬덤 활동과 체험 프로그램 참여로 확장되고 있다.
대만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는 치어리더 이다혜는 해외 팬들과 함께 고향 전주를 여행하는 투어를 진행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현지 여행사가 기획한 이 상품은 완판을 기록했고, 150여 명의 관광객은 전주비빔밥 만들기, 전주한옥마을 산책, 전통놀이 체험 등을 즐겼다.
■ 왜 요즘은 한국의 일상 공간까지 찾을까?
과거에는 스타가 찾은 명소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영상물 속 장소와 일상적인 공간까지 확대됐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동아닷컴에 “초창기에는 스타가 촬영했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장소를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 K콘텐츠가 여행이 된다…소비·검색 폭증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들은 성지순례형 관광을 통해 특정 명소를 찾는 데서 나아가 한국인의 일상을 살아보는 ‘데일리케이션’을 즐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방한 외국인의 소비 증가율은 K-놀이(382.5%), K-컬처(109.5%), K-뷰티(29.6%), K-푸드(28.0%) 순으로 나타났다. 공연·연극·음악 활동은 399.6% 증가했으며, 마포구 서교동(237.6%), 강남구 논현동(118.1%), 성동구 성수동(38.3%) 등 주요 지역 소비도 급증했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방영 직후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구글 트렌드 검색량이 급상승했다. 연관 검색어의 52.4%가 한국의 장소였으며, 북촌(11.8%), 낙산공원(9.6%), 올림픽주경기장(9.6%), 명동(7.0%), 한강(7.0%) 등 실제 배경지 검색 비중이 높았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