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유전력이 80%를 차지한다. 이는 누가 치매에 걸릴지 여부는 개인의 유전자 차이가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유전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유전적으로만 발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20%는 생활습관, 환경, 교육 수준,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유전적 요인 중 아포지단백(APOE) 유전자 변이, 특히 APOE4는 가장 위험한 인자로 꼽힌다.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만 가질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4배, 두 개 모두 가진 APOE4 동형접합자는 그 위험이 8~12배까지 높아진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이 주도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이러한 유전적 위험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코호트(동일집단)를 합치면 남녀 5700여명을 최장 34년간 관찰한 대규모 연구다. 참가자들의 장기적인 식습관을 조사해 지중해식 식단 실천 점수를 평가해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 오일, 생선 섭취를 권장하고 요거트와 치즈 등 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가급적 줄일 것을 권장한다.
식단 평가와 함께 혈액에서 대사체 프로파일을 측정하고 ,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 참가자의 APOE4 변이 유전자 보유 여부를 확인 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정기적으로 인지 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
APOE4 변이 유전자 2개(동형접합자) 가진 경우 보호 효과 최대
유전적으로 가장 높은 위험을 지닌 사람일수록 지중해식 식단의 보호효과가 크게 나타난 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구의 약 25%는 APOE4 변이 유전자를 하나 가지고 있으며, 2개 보유자는 약 2~3%다. 이 변이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원래 APOE 단백질은 혈액과 뇌에서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변이형은 이 과정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 및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에 영향을 주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중해식 식단, 대사체 프로파일 조절
실제로 APOE4 동형접합자에서는 지중해식 식단이 인지 건강과 연관된 대사체 패턴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4-구아니디노부타노에이트(4-guanidinobutanoate), 카로티노이드, 글루타민 등이 인지 보호 효과와 인과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멘델 무작위화(MR) 분석에서 확인되었다.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 의대 위시 류 박사는 “이번 결과는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식이 전략이 주요 대사 경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일반인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APOE4 변이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처럼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미와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APOE4라는 가장 강력한 알츠하이머 유전자 위험 요인이 있더라도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면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 앞으로는 의사들이 치매 위험 평가에서 유전자와 대사체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제안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891-5#MOESM2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