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본인이 와야 된다는 말에 중병에 걸린 노년 여성이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가 문 앞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달 14일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에 있는 중국농업은행에서 벌어졌다.
사망한 여성은 당뇨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온 62세 펑(Peng) 씨였다. 최근 다리 부상까지 겹쳐 병원에 입원 중이던 그는, 딸이 병원비를 찾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면서 비극을 맞았다.
펑 씨의 작은 딸은 병원비로 5만 위안(약 950만 원)을 인출하기 위해 어머니 신분증과 통장을 들고 은행을 찾았다.
결국 큰딸과 사위가 병원에 있던 펑 씨를 휠체어에 태워 은행으로 데려왔다.
은행에 도착한 어머니는 의식이 흐릿했고,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상태였다. 얼굴 인식 과정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나 눈을 깜박이는 등의 요구동작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1시간이 넘도록 인증은 완료되지 않았고, 인출도 실패했다.
가족은 어머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바람을 쐬게 했지만, 결국 펑 씨는 은행 입구에서 숨졌다.
익명의 은행 직원은 가족이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펑 씨가 도착했을 때 인증 절차를 따르기 어려워 보여 직원들이 집으로 데려가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은행 측은 펑 씨 장례 비용을 부담하고 ‘위로금’으로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은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왜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어머니를 억지로 은행까지 데려왔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가족”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