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드리드=AP/뉴시스]
17일(현지시각) AP통신과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마드리드 공항에서 최대 500명의 노숙자가 터미널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4터미널 일부 공간에 머물던 노숙자들이 최근에는 공항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 바닥에 누워 자거나 짐 사이에서 취침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부분의 노숙자는 낮에는 비공식 일용직에 나섰다가 밤이 되면 공항 바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일부는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잠들거나 현장에서 소변을 보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로 인해 복도 곳곳에 악취가 퍼지고, 오줌 웅덩이까지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빈대, 진드기, 바퀴벌레 등의 위생 해충이 번식하면서 공항 직원들이 물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 관계자들은 청결과 안전, 근무 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드리드=AP/뉴시스]
이 같은 사태의 배경으로는 급등한 주택 임대료가 지목된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아이디얼리스타에 따르면, 스페인의 전국 평균 임대료는 최근 10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대도시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은 거리 생활을 피해 실내 공간인 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이 ‘잠잘 수 있는 장소’로 공항을 택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다.
스페인 공항 운영사 AENA는 대책으로 공항 출입 규제를 예고했다. 지난 14일, 마드리드 공항 출입 시 탑승권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 직원과 여행객 동반자는 예외다.
스페인 노동자총연맹(UGT)은 정부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공식 성명에서 “공항 직원들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며, 여행객들 또한 국가 핵심 기반시설에서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시 당국은 공항 내 노숙자에 대한 재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지만, 뚜렷한 해법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