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괴롭힌 ‘아바나 증후군’, 러시아 특수부대 배후 의심

김윤진 기자 2024-04-02 16:46

뉴시스



해외 주둔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그들의 가족 등 최소 1000여 명이 시달린 것으로 보고된 원인 불명의 이상 증상 ‘아바나 증후군’에 러시아 정보기관 산하 특수부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 등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하루 뒤 미국 국방부 또한 러시아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1일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료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료는 국방부 대표단과 별도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 인사”라며 미 국가정보국 국장실(ODNI) 등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옛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에는 적지 않은 러시아 정보 요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두통, 현기증, 이명, 어지러움, 인지 장애, 코피 등을 동반한다. 이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러시아 독립매체 더인사이더는 미 CBS방송, 독일 슈피겔과 1년간 공동 취재한 결과,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러시아 ‘29155’ 특수부대 대원들이 사용한 비(非)살상 음파 무기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기는 공격 대상의 두뇌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음향 또는 전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장치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매체는 29155 부대원들이 아바나 등 해당 증상이 보고된 각국 여러 장소에서 포착됐다는 증언, 해당 부대의 음파 무기 실험 문서 등의 증거가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29155 부대의 고위 관계자가 이 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한 공로로 상을 받고 승진했다고도 했다.

러시아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일 “수 년간 서구 언론에서 과장한 주제이자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관련돼 있다. 누구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