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스타 출신 한기범이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고백했다.
한기범은 20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 가족들과 함께 출연해 집을 공개하고 그간의 근황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선수 은퇴 후 사업에 뛰어든 시기를 회상했다. 한기범은 “걸을 때도 아파서 시합을 도저히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프로농구가 1996년 12월에 생겼는데 내가 11월초에 은퇴했다”며 “조그마한 체육 사업을 시작했다. 홈쇼핑과 연계해서 키 크는 건강식품을 팔았다. 한 번 방송하면 억대 수익을 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방송하면서 한 6개월을 그렇게 팔았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수익이 안 남을까’ 했더니 계약서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더라. 많이 팔아도 남는 돈이 없더라”고 털어놨다.
한기범은 “강남 아파트 담보 대출해서 날렸고, 변두리 월세방으로 쫓겨났다. 집도 차도 없어지고 많은 것이 없어져서 아내가 아파트 경매되어서 쫓겨날 때 죽는다 산다 하면서 창가에 매달렸다. 그걸 우리 큰아들이 봤는데 쇼크를 받았을 것이다. 평생을 못 잊고 평생을 미안해하면서 살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기범의 아내 안미애 씨는 “매일 죽는 게 나았다. 아침에 눈뜨기 싫었다. 돈 없고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전업주부였던 내 삶이 틀어지고 우리 아이들도 제대로 해줄 수 없어서. 자존심 다 버리고 남편한테 ‘울타리가 필요하다’며 울었다”고 말했다.
한기범-안미애 부부에게 찾아온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 아들 모두 경계성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것. 안 씨는 “아이들을 막 밀어붙이고 몰아붙이면 그 세계로 들어가 버린다고 하더라. 잘 살아와 줬는데 한 번 망하고 집의 환경이 바뀌면서 아이에게 틱 장애가 오더라. 인생이 참 힘들더라. 그래도 잘 겪어낸 것 같다”고 전했다.
한기범은 “딱 5년 후, 내가 심장 수술 할 때 아내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상황이 전부 안 좋았다. 집도 차도 없고 산동네에서 셋방살이할 때였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게 어때’라고 제의했다. 집사람이 거꾸로 나한테 내가 아닌 아내를 닮은 아이일 거라고 용기를 줬다”며 “어릴 때부터 유심히 보다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병원에 데려갔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경계성 자폐증 그런 건 눈에도 안 들어왔다. 생명이 더 중요한 것이지 않나”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