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작아도 '큰 위로' 주잖아요"…반려동물 그리는 정우재 작가

dlab@donga.com2020-02-07 15: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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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반려동물에게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정우재 작가(37)는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듬직한 존재인지 작품으로 표현해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정 작가는 반려견을 인간보다 훨씬 크게 묘사합니다. 왠지 모르게 그의 작품은 뭉클함과 안정감을 안겨주는데요. 정 작가의 대표 작품 3점을 소개합니다. 

Gleaming-Shining Day. 정우재 작가 제공
1. Gleaming-Shining Day 227.3×162.1cm oil on canvas 2018 

견주와 반려견의 ‘동행’을 나타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장소와 모델을 섭외해 사진촬영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어느 날 모델과 함께 촬영장소로 이동하던 도중 빛이 좋아 즉흥적으로 촬영을 했는데 이런 멋진 그림이 탄생했습니다. 

작품 배경은 어느 중학교 인근의 건널목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건널목이 ‘연결’을 의미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춘기 청소년 역시 아이와 어른 사이에 위치한 점이 건널목과 비슷하다고 봤습니다. 소녀가 과도기를 반려견과 함께 보내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작품에 녹였습니다.

Bright Place-Embrace the warmth. 정우재 작가 제공
2. Bright Place-Embrace the warmth 60.6X72.7cm oil on canvas 2018

반려견의 머리를 '넓은 땅' 또는 '어린왕자의 행성'과 같은 존재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면 소녀가 반려견 코 위에 앉아 눈을 맞추고 있는데요. 소녀의 표정을 보니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작가는 "주인이 심적으로 힘들 때 딛고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공간을 반려견에서 찾는다는 의미를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Dear Blue-Bubbly. 정우재 작가 제공
3. Dear Blue-Bubbly 72.7×90.9cm oil on canvas 2019 

정 작가가 자신의 반려견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반려견의 일생. 하지만 그와의 시간에도 끝이 있음을 느끼면서 미안함, 고마움, 슬픔, 기쁨, 위안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마치 다양한 속성을 가진 색 ‘파랑(blue)’과 같다고 생각해 작품 이름을 ‘Dear Blue’라고 지었습니다.

작품에서 소녀는 한 손으로 후드를 벗고 있는데요. 이는 반려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반려견은 그런 소녀를 따뜻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유화로 극사실적인 판타지를 그리고 있는 정우재 작가입니다. 추계예술대 서양학과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정을 졸업해 전업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사춘기 소녀와 거대해진 반려견의 관계를 극사실적인 표현 방법을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크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나요?
"사춘기 소녀를 통해 현대인을 표현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자아를 고민하는 모습을 담았어요. 거대해진 반려견은 소녀에게 위안을 주는 존재로 묘사했습니다. 작품에서 반려견은 소녀와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마주 보거든요. 현실에서의 반려견은 외형이 작지만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신뢰, 위안은 엄청 크잖아요. 그래서 반려견 크기를 키워서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혹시 작가님도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
"작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니핀 ‘까망이’와 삽살개 ‘뭉탱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까망이는 올해 18세가 되는 노견이라 항상 마음이 쓰입니다. 예전에는 반려견을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하는 제 모습을 보고 내가 주인인지 얘가 주인인지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제가 내면적으로 많은 보살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작품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어디에 가면 작가님 작품을 볼 수 있나요?
"3월 14일부터 대치동 스페이스아트마인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도 작품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실제 작품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 직접 감상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지금까지는 반려견과의 변하지 않는 관계를 그려왔습니다. 문득 고양이, 곤충, 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을 키우는 분들은 어느 부분에 매료되어 정을 나누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뷰하고 (작품으로 만들어)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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