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살롱’으로 모이는 직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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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2-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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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직업인들 사이에서 ‘살롱 문화’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올랐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의 삶을 고민하면서 이 같은 문화가 더욱 퍼졌습니다.

‘살롱’은 17세기 프랑스 귀족, 문인들의 모임을 말합니다.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대화를 나눈 자리인데요. 최근 직업인들 사이에서 살롱 문화가 부활하며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생겼습니다.



#주제는?
소셜살롱에서 다루는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책’ ‘영화’ 등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모임 ‘트레바리’가 대표적입니다. 구성원이 같은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인데요. 4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주제를 특정하지 않는 살롱도 많습니다. 구성원들이 그때그때 정하는 식인데요. 와인, 운동, 음악 등 특정 취미를 주제로 하기도 하고 ‘유언장 써보기’ ‘흑역사 글로 쓰기’ 등의 경험을 함께합니다.

살롱에서 만나 이직, 사업을 준비하는 직업인들도 있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면서 세컨잡 등을 준비하는 직업인이 많아지는 겁니다. 일하는 여성 커뮤니티 ‘헤이조이스’에는 ‘커리어 전환하기’ ‘10편의 기획물 연재하기’ ‘사업계획서 쓰기’ 등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바일 시대에 오프라인 모임의 부활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소통에서 느끼는 피로도와 회의감을 생각하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에게 집중하다 보면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부 살롱은 조명, 향기, 음악 등 여러 방면으로 기획된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공간이 주는 감동, 영감을 느끼는 게 오프라인 모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 적당한 거리
문토
밀레니얼 세대 직업인들은 살롱에서도 개인주의를 고수합니다. 깊게 친해지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건데요. 느슨한 관계일수록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부담스럽지 않게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충성도’ ‘책임감’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호회와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 리처드 코치와 그렉 록우드의 ‘낯선 사람 효과’에서는 낯선 사람들이 얽히면서 놀라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소셜 살롱 ‘낯선 대학’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료 아닌 유료 멤버십
요즘 직업인들의 살롱 문화는 대부분 ‘유료 멤버십’으로 운영됩니다. 회원이 6000명이 넘는 트레바리의 경우 시즌당 참가비가 20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임에 필요한 업무들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모임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하네요.


#'배우다' 아닌 '함께하다'
직장인들의 ‘소셜 살롱’은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와 다릅니다. 기술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다함께 참여하는 모임입니다. 때문에 리더는 있지만 선생님은 없습니다.

대신 리더의 성향, 직업에 따라서 모임의 주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셜살롱 '문토'를 예를 들면 셰프가 요리 모임을, 극단 대표가 연극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독서 살롱에 참여한 공무원 A 씨는 “회사만 다니다가 독서 모임을 하니까 살아있는 느낌이 있다”면서 “혼자서는 책을 잘 읽지 않는데 독서량도 많아져서 유익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