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들 다 베베 기다려" 재출시 부른 '팬슈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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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1-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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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슈머'를 아시나요? 엔터테인먼트 업계부터 식품까지 영역 불문하고 팬슈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팬슈머(fansumer)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의 투자 및 제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고객을 위한 것'을 넘어 '고객에 의한 것'을 출시하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20' 에서 "팬덤에 속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팬슈머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출처=프로듀스X101 공식 페이스북(왼쪽)
팬슈머의 역할이 잘 드러나는 영역은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입니다. 팬슈머는 직접 뽑고, 홍보하는 '양육형 팬덤'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2016년 1월 Mnet은 '프로듀스 101' 첫 번째 시즌을 방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 투표를 통해 선정된 열한 명이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시청자는 '국민 프로듀서(국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이돌 그룹의 정식 데뷔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네 시즌을 거듭하면서 일명 '국프'의 홍보 방법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대중교통 전광판 홍보를 비롯하여 카페를 빌려 직접 제작한 컵홀더와 포토카드를 증정하고 거리에서 직접 홍보지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팬덤3.0'의 저자 신윤희는 "과거처럼 무작정 동경하고 무한한 애정을 주는 '빠순이'들이 아닌 거래 하고 관리하는 애정의 팬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프로그램 규칙과 다르게 순위와 투표수를 조작한것으로 알려져 팬슈머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제 동년배들 다 '베베' 기다립니다
네이버 캡처
오리온 공식 블로그
팬슈머의 파워는 식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재출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1995년에 출시되어 2012년 생산중단 되었던 과자 베베. 2019년 10월 오리온은 이를 '돌아온 배배'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했습니다. 재출시 배경에는 팬슈머가 있었습니다. 오리온은 실제로 베베를 생산 중단한 이후 약 400건의 재출시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제 동년배들 다 베베 기다립니다. 돈은 제가 쓸 테니깐 내주기만 하세요"라는 내용의 오리온 게시판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오리온 이천 공장 화재로 생산이 중단된 치킨팝 역시 팬슈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2019년 2월 재출시된 치킨팝은 7개월 만에 2000만 봉 판매를 달성했습니다.

달천이들의 화력을 보여줘!
출처=텀블벅 캡처
크라우드 펀딩 역시 팬슈머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분야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진행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팬슈머는 원하는 금액만큼 해당 프로젝트를 '밀어주기'할 수 있습니다. 2019년 9월에 시작된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는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입니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된 적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OST 앨범을 제작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작 이틀 만에 목표 후원 금액의 1400%를 넘은 4억 7천만 원을 달성했고 26억 3천 6백만 원으로 후원을 마감했습니다. 2019년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해당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를 보고 자란 아이들을 '달천이'라고 부른다. '달천이'로부터 15년 동안 '달빛천사'에 나온 삽입곡이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아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라고 말하며 팬슈머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동아닷컴 진묘경 인턴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