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힘들까 봐...” 노동 인정 못 받는 '황혼 육아'

dlab@donga.com2020-01-22 14: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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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자식을 대신해서 손주를 봐주는 ‘황혼육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월 19일 SBS 스페셜 '황혼육아 - 할머니의 전쟁 ' 방송으로 황혼육아의 냉혹한 현실이 재조명되었습니다.

취업부모를 대신해 육아를 맡는 사람은 주로 할머니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 외 육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음(55.2%)'이 가장 높았고 외조부모(22.1%), 친조부모(15.7%)가 뒤를 이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황혼육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요즘의 양육자들은 경력단절, 국공립어린이집 공급 부족 등의 수많은 문제를 마주합니다. 어린이집에 입소하더라도 아이의 하원 시간(4~6시)에 맞춰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설 돌봄 업체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다 보면 아이를 ‘낯선 손’에 맡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출생률 0.91명’ 수치를 낳았습니다.

결국 두발 동동 거리며 일과 가정을 챙기는 자식을 대신해 조부모가 육아를 맡습니다.

하지만 '애 봐준 공은 없다'더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48.9%가 양육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절반 가까이가 ‘무급 봉사’로 하는 것입니다. 정기적인 현금 지불은 38.5%, 부정기적 현금지불은 9.5%, 현물 지불은 3.1%에 달했습니다. 현금 또는 현물로 지불한 사람들은 월평균 70만 3000원을 지급한다고 답했습니다.

내 자식 힘들까 봐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엄마 ‘미숙’이 딸 지영에게 손주를 대신 돌보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지영은 자신의 외할머니에 빙의돼 “미숙아 그러지 마”라고 말해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적당한 ‘황혼 육아’는 노인들의 우울증 예방에 좋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들이 손주를 돌보는 이유는 단지 ‘예뻐서’ ‘행복해서’가 아닙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자식이 ‘경력단절’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가족이니까 괜찮아’ '엄마니까 괜찮겠지'라는 인식이 노인을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강도 높은 육아를 맡다 보면 관절염, 척추염 등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손주병’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육아 방식으로 인한 갈등이 빚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 보육 시설 인프라를 갖춰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황혼 육아’로 인한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해당 보고서는 ‘취업 부모의 일-가정 양립 지원’, ’성평등 육아 인식 제고’, ‘보육 교육 서비스 인프라의 접근성 제고’, ‘보육서비스 질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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