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으로 1200벌어가라? 2030노리는 수상한 분양유혹

주간동아
주간동아2020-01-23 16: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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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서초구 A분양사무소. 모 혁신도시 내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알선하는 ‘박 부장’이 투자 견적서를 내밀었습니다. 전용면적 38㎡짜리 한 호실의 분양가가 1억 5000만 원. 박 부장은 분양가의 80%를 대출 받고 월세 보증금을 제하면 실투자금은 850만 원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견적서에 적힌 예상 월세는 130만 원. 은행 이자를 제하더라도 연간 월세 수입이 1200만 원으로, 연 수익률 140%에 가까운 대박 상품인 셈입니다.

“20대 중반이면 늦은 편이에요.”



주간동아 취재기자가 찾아간 분양사무소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4050이 주를 이루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사무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박 부장은 “이런 부동산 상품은 비교적 소액이라 20대 초반 청년들이 적금이라 생각하고 투자한다. 혁신도시에 기업을 유치하려고 정부가 임대료 지원도 해 준다. 지자체에 직접 확인해 봐도 좋다”며 더 늦기 전에 투자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투자 권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지자체 투자유치과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입주 기업에 임대료의 80%를 지원하지만, 이건 입주하는 기업에 주는 것이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받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실을 분양받아도 임차하는 기업이 없다면 월세를 받을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 지원도 2019년 기준이라 센터가 완공되는 2021년에는 지원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혹은 없어질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해당 지식산업센터 분양 자격은 지자체장이 정한 IT산업분야 기업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개인은 분양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박 부장은 “사업자등록을 하나 내면 된다. 우리 쪽 세무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을 만들어 분양받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파트 분양사무소는 20대를 고객으로 여기지 않지만 이런 수익형 부동산 분양사무소는 20대를 주요 고객으로 보죠.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하면 20대들이 관심을 보이며 들어갑니다.” (분양사무소 ‘호객’ 아르바이트생 이모 씨)



수익형 부동산, 낭패 볼 수 있어

사례1: 30대 직장인 정모 씨
분양사무소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방이 공실로 남는다면? 손해는 고스란히 분양자 부담입니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2년 전 모아놓은 돈 4000만 원에 1억 6000만 원을 추가로 대출받아 2억 원을 마련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지식산업센터 2개 호실을 분양받았지만 임차인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인근에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기권에만 380여 개 지식산업센터가 있습니다. 결국 정 씨는 몇 달 간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다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하며 1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습니다.


사례2: 30대 직장인 임모 씨
시행사가 고의로 임대 조건을 속이는 바람에 피해를 본 사례도 있습니다. 임모 씨는 일반 오피스텔처럼 임대사업이 가능하다는 시행사 측 설명을 믿고 광주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했습니다. 알고보니 해당 센터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IT분야 중소기업 및 벤처만 입주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뒤늦게 이를 안 임씨는 시행사 측에 계약이행불가를 통보했으나 시행사는 책임은 개별 투자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례3: 업체대상 분양상품을 개인에 판매
경기도 동탄에서는 지식산업센터 투자자 9명이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동탄 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퍼스트코리아’ 측은 연간 110%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투자자들이 계약 이후 지자체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은 이와 달랐습니다. 해당 센터는 분양 받은 사람이 직접 입주하는 것이 원칙이며 부득이한 경우 전체 면적의 절반만 임차인에게 내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부터 테크노밸리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한 분양상품이었지만 시행사가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했던 것입니다.

전문가들 “지식산업센터 투자 주의” 당부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위 ‘아파트형 공장’이라 하는 지식산업센터는 수익률이 과장돼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은 소액투자라는 점에서 유혹을 느끼기 쉽습니다.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드는 등 업체가 소개하는 편법을 따랐다간 나중에 투자자가 온전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권희은 인턴기자·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