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내려주는 건 서비스 아닌가?” 병원 주사실 진상들

kimgaong@donga.com2020-01-04 1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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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실에서 성희롱 발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씁쓸함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 트위터리안(@kimsan0)은 한 병원 주사실에 붙은 안내문 사진을 올렸습니다.

안내문에는 “바지는 가급적 주사 맞으실 쪽 골반 밑으로 살짝만 내려달라”라고 적혀있습니다. 일부러 바지를 과하게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런 환자에게는 주사 놓기를 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바지 내려 주는 건 서비스가 아닌가?”, “이왕 놔줄 거 아가씨가 놔주지”, “아가씨가 내 엉덩이 만져(때려) 주는 건가?” 식의 성희롱 발언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3년 차 간호사 A씨는 잡화점과의 인터뷰에서 “저런 일 있다. 수액세트 통해서 진통제를 주입하려고 하자 엉덩이가 좋으니 엉덩이에 놔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트 근무 때만 그랬다. 그 환자가 다른 간호사 엉덩이를 만지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동료 사례도 전했습니다. A 씨는 “소변줄 삽입할 때 남자가 가면 ‘여자가 해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라고 전했습니다.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그런 거 할 정신이 없을 거다. 그냥 무시하고 (동료들과) 욕하고 넘긴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지역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B 씨는 “4년 동안 병원에서 일하면서 (맨정신으로) 성희롱 하는 사람은 못 봤다. 수면내시경 하고 마취가 덜 깨서 (간호사한테) 맥주 마시러 가자고 하거나 엉덩이 보고 아기 잘 낳겠다고 말한 사람은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참여자 7275명 중 18.9%가 지난 12개월간 직장 내에서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해자는 환자(59.1%), 의사(21.9%), 보호자(5.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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