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데일리룩' 올리던 중증장애인 청년 "취업했어요"

kimgaong@donga.com2019-11-30 18: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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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애인 인구는 25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한 사무실에서 동료로 지내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장애인고용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가 50명 이상인 기업은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 고용 의무를 가집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벌금 성격의 고용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택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많은 공공기관에서도 예산으로 고용부담금을 충당해 ‘세금으로 벌금을 때운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우리회사 ‘잘’ 아는 사람 뽑았어요
이러한 가운데 장애인 직원을 채용해 성장통을 함께 느끼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SNS 기반 패션 쇼핑앱을 운영하는 스타일쉐어는 지난 6월 중증장애인 김다흰 씨(26)를 정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스타일쉐어에는 현재 2명의 장애인 직원이 있으며 계속해서 장애인 채용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스타일쉐어는 소셜미디어 성격의 패션•뷰티 커머스입니다. 지난 2011년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이던 윤자영 대표가 창업했으며 지금까지 누적 가입자 수 550만 명을 확보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네요.

이에 대해 안은정 스타일쉐어 인사팀장은 “직원 수가 늘면서 장애인 채용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자영 님(CEO)이 다가와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라고 하더라”라고 채용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김다흰 씨 제공
김다흰 씨 제공
김다흰 씨 제공
수년간 데일리룩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오프라인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던 김다흰 씨를 채용하자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인사팀장은 김다흰 씨의 의사를 묻고 양평 자택을 방문해 면접을 치렀습니다. 면접에 합격해 신입사원이 된 김 씨는 집에서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 동료들에게 보냈습니다. 김 씨가 입사했을 때 직원들은 그를 ‘도욥’이라는 닉네임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현재 하루 4시간씩 재택근무로 앱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위해 역삼동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다른 직원들도 사정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김 씨가 온라인에서 업무를 배정 받고 보고하는 게 어렵지 않은 환경입니다.

주변에선 사회복지 공무원 추천했지만...
김 씨는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꿨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장애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다녀서 친구들이 다 비장애인이다. 친구들을 따라 봉사활동도 몇 번 다녀왔다. 항상 도움을 받던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너무 기뻤다. 다행히 사회복지학과가 나에게 잘 맞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변에서 ‘장애인에겐 안정적인 사회복지 공무원이 좋다’고 많이 추천해주셨는데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진로에 고민이 많았다. 아빠가 자영업을 하셔서 졸업 후에는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며 지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다흰 씨/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그러던 어느 날 활발히 활동하던 패션 앱 ‘스타일쉐어’에서 영입 제안을 하면서 취업 기회를 얻었습니다. 패션디자이너 꿈을 포기한 것이 아쉬워 패션 앱에서 활발히 활동한 것이 취업으로 이어진 겁니다.

그는 “오랫동안 사용했던 앱이라 익숙하긴 한데 일로 접하는 건 또 달랐다”면서 “잘 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창섭 커뮤니티&콘텐츠 팀장은 “꽤 많은 콘텐츠를 검수해야 하는데 (다흰씨는) 그걸 다 한다. 콘텐츠 하나하나 보면서 댓글도 달아주고 유저들과 소통한다. 이미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다 하고 입사했기 때문에 (팀에)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다흰 씨/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김다흰 씨는 비장애인과 일하는 환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다만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늘리기 위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장애인이) 분리돼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친구들을 만날 때 교통수단은 어떻고 시설은 어떤지 알아보고 가거든요. 만약에 계단이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그곳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물리적 환경이 많이 개선된다면 장애인들도 많이 나와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씨는 매달 회의를 위해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해 역삼동 사무실을 찾습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이동이 어려워 직접 출근하지 못 하는 한계를 마주합니다.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 씨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크고 원대한 꿈은 없어요. 그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족과 잘 어울리며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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