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마시러 갑니다, 애틀랜타로

sodamasism2019-10-15 16: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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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로 떠납니다. 코카-콜라 마시러”

마시즘은 출근은 하지 많고 출국을 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전설이 시작된 곳,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를 향해 비행기를 탔다. 지인들은 말한다. “코카-콜라의 맛은 다 똑같은데, 왜 미국을 가?”

하지만 우리도 비빔밥을 먹으러 전주에 가고, 돼지국밥이 생각나서 부산을 가고, 여수 밤바다 노래를 듣다가 여수로 야반도주를 하지 않던가. 마시즘의 코-크 사랑은 그런 것과 같다. 무엇보다 난 초대를 받았다고! 코카-콜라의 오프너(Opener)*니까.

문제가 생겼다
저는 영어 못하는데요
그렇다. 마시즘은 언어 능력에 있어서 흥선대원군도 한 수 접어주는 ‘쇄국 패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척화비가 세워진 혀로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영화를 보며 그 나라의 문화와 제스쳐를 익히는 것이 좋다. 어차피 비행기에서 할 것도 없어 미국 느낌 나는 영화 추천을 부탁했다. 그렇게 아이패드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역작들이 담겼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분노의 추격자> … 잠깐만 이런 사자굴에 내가 들어간다고?

14시간의 비행 끝에 공항에 도착했다. 발을 딛자마자 첫 관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입국심사다. 공항 직원은 지문을 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며칠 묵을 거냐고 하면 뭐라고 하지?’, ‘직업을 물어보면 어쩌지?’라고 셀프 영작을 하고 있었다. 공항 직원이 나를 훑어보더니 입을 뗀다. “PASS(의역: 대충 나가라는 말)”

대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과일까. 앞서 줄줄이 질문 답변을 오가던 동료가 말했다. “거울을 봐봐” 이럴 수가. 모자부터 옷, 신발까지 다 코카-콜라잖아. 이건 뭐, 인간 코카-콜라라고 불러도 좋겠는걸?

월드 오브 코카-콜라,
펨버튼 박사님 제가 왔어요
(월드 오브 코카-콜라, 콜라계의 원피스를 드디어 찾았다)
따끈한 햇살에 바닐라 코-크향이 나는 도시. K-POP 대신 남부 힙합 드럼 소리가 느껴지는 도시. 애틀랜타에서 우리는 곧장 ‘월드 오브 코카-콜라(World-of-Coca-Cola)’를 향해 떠났다. 공원을 가로지르니 거대한 코카-콜라 유리병이 보인다. 아 저기다! 떨리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하면 뜻밖의 동상을 만난다. 앗, 코카-콜라를 만든 ‘존 펨버튼(John Pemberton)’ 박사님, 마중 나오셨어요?

130여 년의 코카-콜라가 압축되어 있는 ‘월드 오브 코카-콜라’. 로비에 도착하니 모아이 석상 같은 거대한 코카-콜라 병들이 보인다. 바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만들어진 코카-콜라 조각품이라고 한다. 당시 올림픽 참가 국가의 아티스트를 초대해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병에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미쳤다. 이곳은 그냥 하나의 음료의 발전사가 아닌 인류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모두 코카-콜라)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안내를 따라 코카-콜라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벽과 천장에 가득한 코카-콜라의 광고와 전광판, 수집품들에 이상한 기분이 느껴진다. 코카-콜라 옷을 입은 직원은 이 브랜드에 대한 역사를 설명한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사우스 코리아!”라는 말이 들린다. 그러자 직원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킨다. ‘2006년 광주 비엔날레’ 현수막이 보인다. 와. 진짜 세계가 여기에 다 있구나!

나라 다음에는 사람이다. 다음에 들어간 영화관에는 ‘Moment of Happiness’라는 짤막한 영상을 보여준다. 가족의 깜짝 생일파티, 열기구 위의 프러포즈, 극한 도전, 그리운 가족과의 만남 등.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짜릿한 순간에 함께한 코카-콜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은 뭐랄까. 단순히 음료를 넘어 성인식이나 결혼식처럼 사람의 인생에서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게 아닐까?

코카-콜라에 응축된
브랜드의 맛은?
(북극곰은 사람을…!!)
예열은 끝났다. 영화관의 스크린이 올라가고, 드디어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홀이 보인다. 언젠가 이곳을 올 거라고 생각하고 후기들을 계속 봐왔기 때문에 꿈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하 사실은 이곳에서 마실 수 있다는 음료의 이름까지 다 공부해왔다고! 이제 마시즘과 함께 떠날 시간이다. 그전에 ‘폴라 베어’랑 사진 먼저 찍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북극 세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잠깐 기다리면 코카-콜라 광고에서 보던 하얀 북극곰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리 부는 소년처럼 사람들이 곰을 우르르 따라온다. 이때 미리 줄을 서면 기분 좋게 사진을 찍고 들어갈 수 있다. 폴라 베어 넌 내 거야!

1. The Vault
(코카-콜라의 비밀이 숨겨진 금고)
첫 번째로 들린 곳은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이 숨어있는 금고다. 관람에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모두들 자석에 끌리듯 가는 곳이다. 저 두꺼운 금고가 열려있다니, 뭔가 안에 금괴나 보석이 있을 것만 같잖아. 아니나 다를까 금고에 들어가니 에이전트와 CCTV가 우리를 맞이한다. 경찰이다. 튀어!

(하지만 영어 못하는 문과는 비밀을 알 수 없…었다)
겉모습은 금고였던 이 전시관의 내부는 방 탈출 게임처럼 생겼다. 서랍 하나, 하나에 코카-콜라 제조 공식의 힌트가 담겨있다. 영어만 유창했어도 모두 알아들었을 텐데! 이렇게 된 이상 원본을 훔치러 간다. 잔뜩 몰입해서 들어가다 보면 금고의 끝에는 또 다른 금고가 나온다. 이곳이 진짜 코카-콜라의 레시피가 들어있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다가갔다가 삐빅 경고를 먹었다. 분하다. 코카-콜라.

2. Milestone of Refreshment
(최초의 컨투어 보틀, 이건 갖고 싶다)
다음 전시실은 코카-콜라의 역사가 숨겨진 곳이다. 마시즘으로 따지면 ‘히스토리’ 채널 같은 곳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음료계의 설민석을 자청(?)하며 이야기했던 아이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약국에서 시작된 소다파운틴 기계라거나,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유리병 ‘컨투어 보틀(Contour bottle)’의 초기 모습, 코카-콜라가 표지를 장식했던 1950년 타임지 등 역사적인 코카-콜라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우주로 떠난 코카-콜라 디스펜서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코카-콜라 수집품이지만, 알고 보면 이건 인류의 역사라고!

(아니 당신은! 호… 형이 여기 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온 한국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만한 전시물들도 곳곳에 있다. 가령 올림픽 코너(코카-콜라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을 후원해왔다)에서 볼 수 있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만날 수 있다. 세계의 코카-콜라 제품을 모아놓은 전시관에서는 ‘킨 사이다’, ‘토레타’, ‘순수아침 사과 워터’, ‘미닛메이드 조이’ 등을 만날 수 있다. 멀리 애틀랜타에서 고향의 음료를 만난 반가움이란.

3. Bottle Works
(일해라! 기계들아!… 미… 미안)
코카-콜라의 탄생과 역사를 만났으니 이제는 현재를 만난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 안에는 작은 코-크 제조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유리병이 검사되고, 그 안에 코카-콜라가 담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업들을 도맡은 로봇들이 설렁설렁 일하길래 ‘역시 미국은 로봇의 노동복지도 챙겨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관광객들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이유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느릿느릿 일할 때 꼭 써먹어 봐야지.

4. Pop Culture Gallery
(간단한 소품 같지만, 대중문화와 코카-콜라의 콜라보레이션)
1층 전시관을 모두 돌아봤다. 2층에 올라와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대중문화’와 관련된 코너다. 들어가자마자 향한 곳은 수많은 산타 그림이다. 이것을 그린 사람은 ‘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코카-콜라와 추억을 함께 한, 산타클로스)
그는 단순히 한 장의 산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1931년부터 1964년까지 우리가 아는 산타의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다. 이전까지의 산타클로스는 종교적인 엄숙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해든 선드블롬은 친근한 산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친구를 모델 삼아서, 나중에는 스스로 거울을 보고 푸근한 산타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한다. 팝 아트 작품도 많고, 광고 그림 자체도 모두 멋진 미술 작품이다.

다른 쪽을 둘러보면 코카-콜라 콜렉터의 눈을 즐겁게 하는 수집품들이 가득하다. 예쁜 코카-콜라 수집품 사이에서 뉴코-크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R.I.P New Coke’라고 적힌 티셔츠라니. 흑역사까지 이렇게 유쾌하기 넣어두기가 있는 거야?

5. Perfect Pauses Theater & 4D Theater
(이 짧은 광고들을 모아놓으니, 코카-콜라 다큐멘터리 같았다)
볼거리도, 돌아다닐 일도 참 많았던 월드 오브 코카-콜라. 다행히도 남은 두 전시실은 앉아서 볼 수 있는 안마의자 같은 공간이다. 먼저 ‘Perfect Pauses Theater’. 이곳은 세계의 코카-콜라의 광고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마시즘 사무실 폴더에 모아놓고 볼 때와는 다른 안락한 분위기에서 광고의 역사를 지켜볼 수 있다. 역시 앉아있을 때가 제일 좋아.

4D 극장 역시 그런 것일 줄 알았다(인생 최초의 4D 영화를 월드 오브 코카-콜라에서 볼 줄이야). 맛의 비밀을 알려준다길래 뭘까 싶었는데. 의자가 흔들리고, 물이 나온다. 코카-콜라의 맛의 비밀은 단순히 재료를 섞는 것을 넘어서 코카-콜라가 가진 역사와 문화, 여러 순간들 자체가 뒤섞여 있다는 교훈을 느끼게 된다. 코-크가 아니면 누구도 자기네 음료 맛을 소개할 때 눈 절벽에서 보드를 타진 않잖아.

전 세계의 코카-콜라를 맛보는 곳
Taste It!
(코카-콜라 테이스팅 룸, 60가지가 넘는 세계 음료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모든 전시를 마쳤다. 후후. 사실 이것이 준비운동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이 바로 전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룸. ‘Taste It!’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를 마셔보기 위해 요원들을 파견해서 공수해왔던 것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있다. 심지어 모든 음료가 무제한. 공짜.

이곳에는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5가지 대륙에 있는 대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입맛이란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랄까? 곳곳에서 마시고 셔플 댄스를 추며 즐거워(?)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볼까 둘러보는 찰나, 산타 할아버지를 닮은 한 어르신이 내 어깨를 톡톡 치며 한 음료를 가리킨다. “Try That” 이탈리아의 음료수인데 뭐가 그렇다고 이렇게… 악.

할아버지는 낄낄대고 사라지고, 나는 혀끝에서 올라오는 쓴맛의 폭격을 맞는다. 이런 곳이다. 맛있는 녀석들 사이에 지뢰 찾기를 하는 즐거운 공간. 좋아, 하나하나 다 공략을 해볼까!

… 는 무슨 개장시간 끝났습니다.
망했다. 월드 오브 코카-콜라의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열심히 음료를 마시던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사라진다. 잠깐만 아직 몇 잔 마셔보지도 못했다고! 내가 이걸 마시려고 15시간을 비행기를 탔는데! 아직 대륙 하나의 음료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저 멀리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자판기는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이리 허망하게 가다니. 좌절을 맛보는 순간 동료들이 말했다.

“너 내일도 오잖아.”

맞다. 나 내일도, 모레도 오기로 했지. 하하하. 지금까지는 맛보기 나들이였다. 내일 세계의 코카-콜라 음료들을 모조리 공략해주겠어!

※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입니다. ‘마시즘(http://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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