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방법’ 연상호 “몸 뒤틀리고, 신들린 연기 한 배우들에 박수”

조유경 기자2020-03-13 06:00:00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tvN

[DA:인터뷰] ‘방법’ 연상호 “몸 뒤틀리고, 신들린 연기 한 배우들에 박수”

영화에서는 팔 다리가 꺾인 좀비 떼들을 등장시키더니 이제는 팔 다리를 꺾어 사람을 죽인다. 영화 ‘부산행’으로 1000만 감독이 된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 ‘방법’을 통해 작가로서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 분)과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인 진종현(성동일 분)-진경(조민수 분)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매회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10일 최고 시청률 6.1%(닐슨코리아 기준)를 찍고 순항 중이다. 기존 가톨릭과 관련된 오컬트가 아닌 무속, 민속신앙과 퍼즐 형태의 이야기를 결합시켜 신선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엄지원, 정지소, 조민수, 성동일 등 주연 배우들의 맹활약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저주하고 싶은 사람의 사진, 한자 이름, 그리고 그 사람이 사용한 물건만 있으면 죽음의 저주까지 내릴 수 있는 ‘방법’(謗法)은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재다. 연상호 감독은 소재 발굴에 대해 어릴 적 전래동화를 읽으며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인지 나에게는 ‘방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어떤 전래동화에서 물건을 훔쳐간 아이를 겁주어 자백하게 하려고 ‘방법’을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라며 “또한 어렸을 때 봤던 사극에서도 ‘방법’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에서 ‘손발이 오그라진다’라는 단어가 흥미로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지는 건 어떤 걸까?’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그 단어에 흥미를 가졌던 것 같아요. 이후 여러 가지 소재를 생각할 때 ‘방법’이 늘 생각났어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쓰려고 검색을 해보니 의미가 잘 나오지 않더군요. 아무튼 드라마를 쓰면서 무속과 오컬트 그리고 추리형식에 히어로를 섞은 좀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는데 마침 ‘방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아이템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제목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춤이다’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방법’이 제겐 그런 아이템이었어요.”

사진제공=tvN


독특한 소재이다 보니 관련 자료를 찾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의외로 한국 무속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처음에 좀 당황했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방법’이라는 단어를 쳐도 나오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도서관에서 무속, 민속학에 관한 논문들이 몇 개 있어서 그것들을 출력해 와서 읽었다. 한 달 정도 그런 논문들을 읽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 논문 속에서 재미있는 것이 많이 나와서 극본에도 많이 반영했다. 예를 들면 ‘아미동에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어서 일본 귀신이 토착화됐다’라는 대목도 논문에서 읽은 내용을 참고해서 극에 넣었다”라고 덧붙였다.

전작 ‘염력’, ‘사이비’ 등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현 시대의 모습을 대중적인 색으로 표현했던 연상호 감독의 고민은 ‘방법’에서도 연결된다. 이 드라마는 불특정한 인물을 혐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현 시대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하기도 했다. 그는 “‘혐오사회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모두 끝나고 각각의 캐릭터를 곱씹어보면서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이긴 하지만 애청자이기도 한 연상호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이따금씩 놀랍기도 하다고. 특히 무속인 ‘진경’을 연기하는 조민수의 연기를 보며 ‘조민수 선배, 저러다 진짜 신들리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는 “김용완 감독을 통해 조민수가 연습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전달 받았다.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데도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굿 장면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고 집중력을 요하는 장면이라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다”라며 “특히 촬영팀이 그 장면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법을 당할 뻔해 몸이 뒤틀리는 연기를 한 성동일 등 모든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 배우는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신 분들이었다”라며 “정지소 같은 경우는 동적이기 보다 정적인 느낌으로 방법을 하는 주술사인데 아마 그게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 정말 잘 해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상호 감독은 ‘백소진의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김신록과 김주환 부장 역을 맡았던 배우 최병모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신록 같은 경우는 여러 감정이 얽힌 복합적인 캐릭터를 맡았는데 모든 결을 살려 연기를 하더라. 그 연기를 보고 많이 놀랐다. 또 편집본을 보며 박수치며 좋아했던 장면은 몸이 구겨진 김주환 부장의 모습이었다. 최병모의 열연 덕분에 ‘방법’ 초반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몸이 뒤틀리는 김주환 부장의 모습은 글을 쓰고서도 ‘어떻게 구현이 될까?’ 궁금했던 장면이예요. 김용완 감독과 영화 ‘부산행’ 때 안무를 담당했던 전영 안무가 그리고 CG팀, 특수분장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라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직 저도 보지 못했지만 12화의 대규모 굿 장면이 무척 궁금해요. 아마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아요. 전 세계 수많은 무속인들을 등에 업은 진종현과 백소진의 대결이 어떻게 그려질지 작기인 저도 기대가 됩니다.”

사진제공=tvN

‘방법’을 통해 ‘감독’이 아닌 ‘작가’로서 이름을 처음 올리게 된 연상호 감독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이기에, 또 연출이 아닌 작가이기에 남다른 고민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늘 2시간 정도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쓰다가 여러 편이 나뉘고, 게다가 전편과 다음편의 연결구도도 생각해야 하는 등 구성방식의 차이점에서 생기는 고민이었다. 집필을 하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연재만화,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을 상기시키며 ‘내가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봤을까’, ‘이걸 볼 때 어떤 기분이었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TV에서 방영했던 장르 드라마를 많이 보기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드라마 극본에 대한 감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미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요.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새로운 것을 작업할 때 에너지가 샘솟고 극본을 쓰는 내내 즐거웠어요.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그래픽 노블, 웹툰까지 다양한 방법(方法)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연상호의 도전 의식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그는 “생활하며 느끼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앞서 말했지만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라며 “나는 서브컬쳐(Subculture)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 당시 내가 왜 이 작품의 어떤 면을 좋아했을 지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돼지의 왕’, ‘사이비’ 작업을 할 때는 작품을 통해 현재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집착했다면, 요즘은 창작자의 관점이 아닌 감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예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을 그 시절의 관점으로 다시 보려고 노력 중이예요. 새로운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만화 등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보면 아주 사소한 동경 같은 감정 때문에 ‘나도 (콘텐츠를)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요. 그 욕구로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 그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을지 궁금했다. 전작들을 통해 자신만의 색(色)이 확고해지기 시작할 때 내면의 충돌이 있진 않은지에 대해서 묻자 그는 “대중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과 나 자신이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늘 충돌한다. 그런 충돌이 내게는 창작의 큰 괴로움이자 원동력이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괴로워하다가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멜로와 호러가 결합된 작품을 하고 싶어 써놓은 게 있는데 선보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방법’ 탈고를 마친 연상호는 영화 ‘반도’를 통해 감독으로 돌아온다. 영화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서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로 올해 국내 개봉작 중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이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바 있어 해외 영화 관계자들 역시 ‘반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부담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반도’의 후반 작업을 스태프들과 함께 묵묵히 마무리하고 있어요. 전작의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반도’는 그만의 특별한 재미가 있는 영화예요. 힘써준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최선의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하고, 일단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tvN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2016)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반도’처럼 드라마 ‘방법’ 역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속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돼 스케줄이 예정돼 있다고. 영화 ‘방법’은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계속해서 메가폰을 잡는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방법’은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드라마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 준비 중이다.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시즌2에 관해서는 제작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시청률 3%만 넘어도 시즌 2를 만들 것”이라고 공약을 말했던 연상호 감독.

“아직 김용완 감독, 배우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모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일이 진행된다면 시즌2는 영화 ‘방법’과 연결돼 그 다음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 모두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