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손미나 작가 “스페인, 한국 방역 체계와 시민정신 놀라워해”

곽현수 기자2020-03-30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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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앤컴

손미나 작가가 스페인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시스템 상황을 공유했다.

손미나 작가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페인 내 시청률 1위 시사 프로그램 ‘국민의 거울’과 가진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손 작가는 국내 코로나 19 방역 상황을 스페인어로 정확하게 전달하며 패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손앤컴


이에 국내 누리꾼들 역시 손미나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한 손미나 작가의 이름이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도 이 같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하 손미나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스페인 현지 매체가 국내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인터뷰에 응하게 됐나.


A. 최근 스페인의 유력 매체인 수정된 검색어에 대한 결과: EL PAIS(엘 파이스)라는 매체에서 스페인과 한국을 비교하는 사설이 자주 실렸다. 스페인과 한국이 인구 수도 비슷하고 반도 국가이고 기대 수명도 비슷한데 왜 스페인은 이런 상황을 맞게 됐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스페인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만난 기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게 됐고 ‘왜 우리가 지금 집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 등을 각자의 SNS에 올리게 됐다. 나는 이 영상을 내 유튜브에 올렸는데 허핑턴 포스트 스페인 편집장이 영상을 매체를 통해 공유했다. 그 이후에 스페인 내에서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스페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사인 안테나 트레스의 ‘국민의 거울’과 인터뷰를 가지게 됐다.

Q. ‘국민의 거울’과 인터뷰 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들었다. 주로 어디에서 관심을 보였나. 그리고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A. 현재 스페인의 또 다른 유력 방송사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멕시코의 라디오와 TV 등에서도 인터뷰를 하게 될 예정이며, 페루 방송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 현재 마이애미, 코스타리카 방송사와는 인터뷰를 마친 상태다. 그리고 이 인터뷰가 방송에 나간 후 재외교민 분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주제넘게 나서는 것이 아닌가 고민이 많았지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Q. 현재 스페인 현지, 해외에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뭔가.

A. 우선 스페인은 하룻밤을 자고 나면 확진자가 1~2천명씩 늘어나는데 어떻게 한국은 9천명대에서 멈출 수 있었는가를 궁금해 한다. 또 스페인은 왜 방호복이나 검사 키트, 산소호흡기 등이 부족한가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그리고 현재 스페인은 법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8억원 정도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군대까지 투입해도 이를 어기는 사람이 있다 보니 한국인들은 어떻게 시민정신을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특히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점이었다. 그 정보를 어떻게 취합하고 공유하는지, 그리고 젊은이들이 국민들을 위해 ‘마스크 알리미’ 같은 것들을 만든다는 걸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Q. 손미나 작가가 보기에 유럽과 국내의 대응에서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이 있다면?

A. 유럽은 우선 지금까지 발생했던 호흡기 질환 등이 중국과 관련된 인근 국가에서 멈췄었기 때문에 코로나 19도 지리적으로 먼 유럽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처음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가 확산될 때 연락했던 스페인 친구는 ‘넌 너무 걱정이 지나쳐. 이러다 말 것이고 코로나 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까지 했었다.

그리고 선진국으로서의 자신감도 있었을 것 같다. 유럽은 경제 발전에 치중하면서 공공 의료, 질병관리부분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한다. 또, 마스크를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일상적인 인사에서조차 신체접촉이 많다 보니 코로나 19 확산이 거세진 것 같다.

또, 현재 유럽은 아시아와 달리 국가 간의 이동이 쉽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인근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다고 스페인 사람들이 대거 관람을 온 일이 있다. 이 때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 행가까지 열렸다. 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Q. 국내에서도 조금씩 자가격리 방침을 어기는 등 방심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외신에서 국내 상황을 보도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건 좋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방역 대책을 잘 실시해도 제일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동시에 다른 사람을 살리는 행위라고 생각해야 한다. 유럽이 지금의 상황을 맞은 것도 경제를 이유로 주춤한 탓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저녁 한 끼 정도는 괜찮겠지’, ‘우리 헬스장은 괜찮은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 역시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경제 활동도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전혀 교류를 하지 않는 국가가 아니다. 즉, 외국의 상황이 끝나기 전에는 우리도 절대 코로나 19가 끝나간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지금처럼 방심하는 마음이 들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우리 방역 상황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지금까지 잘 참았으니 조금만 더 참자’는 마음으로 개인의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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