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닮은 소주잔 만들자" 취업 대신 창업한 청년들

소다 편집팀
소다 편집팀2020-01-20 1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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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섬을 담은 잔, 독도와 울릉도를 우리 손안에 ”
특별한 날을 기념할 때 술 한 잔은 분위기를 띄워 줍니다. 어떤 술을 마시는지에 따라 그날의 분위기가 좌우되기도 하는데요. 와인은 와인 잔에, 막걸리는 막걸리 사발에 마셔야 제맛인 것처럼 술잔은 술의 개성을 살려주고 술자리 기분도 나게 합니다. 술잔에 섬 모양을 입힌 ‘섬잔’은 세련된 감성을 담은 더 멋진 술잔은 없을까 고민하던 세 사람의 고민에서 탄생했습니다.

왼쪽부터 조정한(CMO), 강민석(CEO), 손치현(CBO)
촬영=권혁성 PD hskwon@donga.com
Q 도화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안녕하세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도화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CMO 조정한(28)입니다. 도화는 저와 강민석대표(CEO, 27), 손치현대표(CBO, 29)가 함께 시작한 브랜드예요. 저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금속공예,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동기로 만났습니다.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면서 여러 브랜드의 외주작업을 하다가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욕심에 시작하게 됐어요. 프로젝트 구상은 2017년 6월부터 했고, 사업자 등록은 2018년 11월이니까 1년 조금 넘었네요.”



아이디어가 있다고 바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정한 씨는 20대 중반, 취업을 포기하고 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팀워크와 자신감을 꼽았습니다.

“팀워크가 좋았어요. 서로의 성향과 작업스타일을 아니까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죠.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인정을 많이 받았거든요. 섬잔으로 사업도 두 번 선정되고, 상도 다섯 번 받고. 소주잔인데 하이트진로에서 상을 받으니까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소비자들의 반응을 완벽하게 확신하지는 못해도, ‘나라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품화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Q ‘섬잔’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섬잔은 한글, 섬, 술이라는 소재를 결합해서 만든 아이템이에요. 보통 술 마시기 전에 술잔을 뒤집어 놓잖아요. 술잔을 뒤집었을 때 독도와 울릉도라는 글자를 섬이 연상되도록 배치했어요. 독도, 울릉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작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디자인단계에서는 이미지상 예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구현이 어렵더라고요. 어떤 형태는 구현이 안 되기도 하고, 단가가 말이 안 되게 비싸기도 하고요. 국내 유리공예 공장이 손에 꼽아요. 홈페이지가 없는 공장이 많아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안 나오고. 중국 공장에 맡기면 비용은 낮아지겠지만, 아이템 자체가 독도, 울릉도 잔인데 해외생산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와서 공모전을 통해 알게 된 지인, 또는 지인의 지인 분들을 소개받았어요. 그분들도 많이들 거절하셨지만요. 지금 협업하는 금성유리 이영찬 대표님도 오래 일한 전문가이신데 반 농담 식으로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하세요. 디자인과 사업화의 괴리를 좁히느라 여러 번 수정하셨거든요.”

Q 가격이 높은 무연 크리스탈만을 사용한다고 하셨어요. 스타트업으로서 가격 부담은 크지 않았나요?
A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가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무연 크리스탈이라는 소재가 비싸기도 하고요. 그래도 독도와 울릉도로 한국의 가치를 알리자고 시작한 사업인데 저가형이나 키치한 감성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무연 크리스탈이 납도 안 들어가고 빛도 잘 투과시키기 때문에 섬을 더 영롱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섬잔은 기존 제품들과는 다르게 수공예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금형 설계 작업을 거쳐 1차적인 틀이 만들어지면 네다섯 명의 기술자가 붙어 수공예 작업을 합니다. 조 씨는 많은 저가형 브랜드가 미니멀리즘 제품을 내놓을 때, 한국의 아름다움을 고급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도화만이 가진 차별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촬영=권혁성 PD hskwon@donga.com
Q.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불안하지 않은가요?
A

“생활패턴이 불균형적이기도 하고 정기적인 소득도 없어서 아직은 불안한 마음이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과도 많이 상의했고요. 그래도 이쪽으로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제가 회사도 다녀보고 외주작업도 많이 해봤지만, 만족감이 크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수입은 적어도 만족도는 더 높아요. 제가 주체적으로 기획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도전이 오히려 도전을 피하게 하기도 합니다. 조 씨는 광고대행사를 준비했던 경험을 살려 마케팅 담당을 맡았습니다. 진실 된 내용을 재치 있게 전달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 광고비가 나가니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투입되는 비용대비 효과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Q. 힘들었거나 좋았던 기억이 있나요?                                                              A
“한가할 때는 한가한데 일이 몰릴 때는 너무 몰려요. 공장에 들어가고, 촬영일정에, 펀딩작업까지 겹치니까요. 친구들이 도와주기는 해도 결국엔 저희 셋이 해야 해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 목표를 달성하면 다 같이 얼싸안고 좋아하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요. 무엇보다 저희가 의도했던 대로 바라봐주시는 게 가장 기뻐요. 기억에 남는 댓글 중에 ‘술잔계의 롤렉스’라는 글이 있었어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왼쪽부터 조정한(CMO), 강민석(CEO), 손치현(CBO)
Q. 친구에서 동업자가 됐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A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취미가 다양했어요. 스키장도 가고, 여행도 같이 가고 취미가 많았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취미가 사라지더라고요. 같이 작업하거나, 술 마시거나. 이 두 가지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래도 친구다 보니까 갈등이 생기면 편하게 술 마시면서 풀 수 있고 그런 점은 좋아요.”

도화의 꿈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독도, 울릉도 영유권 문제와 더불어 업사이클링 제품도 기획하고 있는데요. 제품으로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도화는 복숭아꽃이라는 한자어로 무릉도원을 상징해요. 동양의 무릉도원과 서양의 유토피아는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어요. 유토피아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이상향을 말하고 무릉도원은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이상세계를 말하거든요. 저희는 아직 현실에는 없지만 꿈꿔왔던 제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상적인 제품을 통해 이상향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도화.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도화의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성소율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