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에 담겨 버려진 아기…생모 “엄두 안 나서”

celsetta@donga.com2017-07-21 15: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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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sner
사진=Newsner
지난 2015년, 공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러시아 남성 데니스 사란제브(Denis Saranzev)씨는 순찰 도중 아기 울음소리 비슷한 것을 들었습니다. 공장은 외진 숲 가까이에 있었기에 데니스 씨는 숲을 돌아다니며 소리가 어디서 나는 지 찾아 헤맸고, 곧 검정색 비닐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울음소리는 꽁꽁 묶여 있던 비닐봉지 안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데니스 씨는 깜짝 놀라 덜덜 떨며 봉지를 풀어헤쳤습니다. 그 안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돼 보이는 신생아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기의 얼굴과 온 몸에는 개미 등 벌레가 꼬여 있어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생명이 위험했을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회복했습니다. 공장 인근 CCTV 조사 결과 아기를 버린 것은 생모인 올레스야(Olesja·당시 22세)였습니다. 즉각 체포된 올레스야는 “학대와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낳았다”고 말했지만 조사가 계속되자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올레스야는 남자친구 안드레이(Andrej)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안드레이는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자고 제안했지만 젊은 나이에 아기를 낳아 키우기 싫었던 올레스야는 ‘내가 알아서 (아기를) 지우겠다’고 말하고는 안드레이와 이별했습니다. 그 뒤 올레스야는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해 숲에 내다 버렸습니다. 이 사건은 러시아 내 여러 매체에 보도되며 논란이 됐습니다.



사진=Newsner
전 여자친구가 아기를 낳아 내다 버렸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새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까지 한 안드레이. 그는 자기 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안 뒤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아이는 안드레이의 친딸이 맞았습니다.

안드레이의 아내 타티아나(Tatyana)는 남편이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기꺼이 품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아이에게 크리스티나(Kristina)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정성껏 돌봤습니다. 6월 3일 뉴스너(Newsner)에 따르면 크리스티나는 다정한 아빠와 친엄마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새엄마의 보살핌 속에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경비원 아저씨와 책임감 있는 아빠, 마음 따뜻한 새어머니 덕에 새 삶을 얻은 크리스티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기 크리스티나가 앞으로도 행복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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