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황산 맞은 남자 “위험물품 아무나 못 사게 해야”

celsetta@donga.com2017-07-18 11: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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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사고 당하기 전의 다니엘 로타리우 씨. 사진=Mirror
‌(우) 가해자 케이티 렁. 사진=Leicestershire Police/Mirror
영국 레스터 지역에 사는 다니엘 로타리우(Daniel Rotariu·31)씨는 지난 2016년 7월 26일 새벽 두 시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여자친구 케이티 렁(Katie Leong·52)이 들이닥쳐 무언가를 끼얹은 것입니다. 처음엔 뜨거운 물을 맞은 줄 알았던 다니엘 씨는 잠시 후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습니다. 여자친구가 뿌린 것은 물이 아니라 고농도의 황산(sulphuric acid)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전 여자친구와 교제를 시작했다는 다니엘 씨는 상대가 심각한 집착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지워버리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친구들과 단순히 연락만 해도 화를 내고, ‘사랑한다는 증거로 당신 몸에 내 이름을 새겨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집착이 심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얼굴과 몸 피부가 녹아 내렸고 왼쪽 눈은 아예 실명했어요. 예전의 얼굴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병원에서 몇 달 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요. 분노에 불타는 사람이 황산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다니엘 씨는 영국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이 연구용 등 확실한 목적이 있을 때만 황산을 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황산이나 염산 등 위험물질을 이용한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한 지 일 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새벽 두 시만 되면 악몽을 꾸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고 합니다.

예전의 외모, 시력, 건강을 다 잃었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다니엘 씨의 진가를 알아봐 준 여성이 나타나 그를 돕고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만난 직원 안나(Anna)씨와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안나 씨는 큰 사고를 당했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애써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다니엘 씨에게 반했습니다.


다니엘 씨와 안나 씨. 사진=Mirror
안나 씨는 현재 다니엘 씨와 같이 살면서 그를 돌봐 주고 있습니다. 안나 씨는 다섯 살 난 아들 잭(Jack)을 키우고 있는데, 잭도 다니엘 씨를 잘 따른다고 합니다.

“저는 한 때 악마와 살았었죠. 하지만 이제 천사와 살고 있습니다. 안나와 저는 결혼 얘기를 하고 있어요. 힘든 일을 겪었지만 제 곁을 지켜주는 안나를 보면 힘이 납니다.”

법원은 3월 초 케이티 렁의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하고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보상금 1만 9000파운드(약 2800만 원)을 다니엘 로타리우에게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다니엘 씨는 “(케이티 렁이) 최소 복역기간 17년이 지나고 모범수로 풀려날 수도 있다”고 걱정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아예 일반인은 황산을 쉽게 구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다니엘 씨는 “케이티 렁이 감옥에 들어가면 언젠가 한 번 면회를 가 볼 생각입니다. 물론 거짓말만 늘어놓겠지만 대체 왜 그랬는지 그 쪽 입장을 한 번 들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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