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앵커, 시청자에게 “역겹다” 소리 듣고는

phoebe@donga.com2017-07-11 15: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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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뉴스 앵커가 여성 시청자에게 “역겹다(disgusting)”라는 비난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지역방송국 WRWD의 뉴스 진행자 로라 워런(Laura Warren)은 자신의 의상을 지적하는 시청자 의견을 받았습니다. 임신 20주인 로라가 몸에 붙는 드레스를 입고 나온 것이 못마땅하다는 시청자 음성 메일이었습니다. 

그는 7월 4일(현지시각) 자신의 블로그 ‘Bump, Baby, and Breaking News’에 올린 글에서 “어제는 나쁜 일이 있었다. 시청자 음성 메일을 점검하며 위대한 팁을 얻기 바랐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여성 시청자는 “T모 쇼핑몰에서 로라 워런에게 괜찮은 임신부 옷을 사 줘라. 너무 빡빡한 옷차림에 수박에 달린 것처럼 걷지 않아도 된다. T모 쇼핑몰에는 임부복이 아주 많다. TV에서 보기 역겹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헐렁하고 큰 임부복만이 임신부에게 허락된 유일한 복장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매일 의상을 달리해야 하는 방송 앵커로선 의상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로라는 최대한 탄력 있는 의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 언론인은 전문가보다는 미적 대상으로 평가받죠. 그들의 외모는 종종 성차별적인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로라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는 “임신했다고 사람을 역겹다고 한 것인가. 무슨 종류의 인간인지”라고 말했습니다.

Facebook / LauraWarrenNews12
“난 이 상태로 20주 있었어요. 앞으로 20주 동안 이런 허튼소리를 들어야 하나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보시기 좋도록 헐렁한 임부복을 맞춰 입겠다고 해야 하나요? 이 사람 여자 맞나요? 아니 엄마 맞나요? 빌어먹게 과민한…”

몇 번의 심호흡을 한 후에 로라는 그저 불쾌한 악성 비난이라고 치부하고 삭제해 버리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하루를 망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의기소침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나는 그녀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아름다운 수박 모양 배가 잘 드러나도록 옷을 입을 겁니다.” 

로라는 글을 올린 후 비슷한 경험을 한 수많은 여성에게 피드백을 받았다고 미국 여성 매체 리파이너리29에 밝혔습니다. 긍정적인 의견을 많이 받으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로라는 이전 임신에서 유산을 겪었습니다. “이 임신은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나는 임신을 할 수 있어서 흥분되고 감사합니다. 왜 내가 숨겨야 합니까.”

로라는 페이스북에 블로그 게시물을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1000개 이상의 반응, 370번이 넘는 공유와 80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은 그를 지지하는 긍정적인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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